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에서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남중국해 도서는 예로부터(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토"라면서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권익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필리핀이 제기한 중재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또 "우리는 남중국해 평화·안정 수호를 위해 결연히 노력할 것"이라면서 "직접 당사국과 역사적 기초와 국제법에 근거해 담판과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나서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그만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수호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이날 별도 담화문을 통해 "남중국해 중재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법률의 탈을 쓴 정치적 코미디"라고 맹비난하면서 "그 목적은 중국의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침해하고 남중국해 평화안정을 훼손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60여개국이 중국의 입장과 주장을 이해하거나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이런 정의의 목소리를 국제사회가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은 이날 별도의 외교부, 국방부 채널을 통한 성명은 물론 중국 정부 공식 성명을 통해서도 "남중국해 도서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토로 국제 중재 판결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남중국해 영유권을 수호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 정부 성명을 낸 것은 20차례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성명은 영해 선포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 등 영토와 안보에 관한 주요사안이 있을 때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언론들도 일제히 반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3일 1면 평론에서 "남중국해 영유권과 해양권익을 수호하겠다는 중국의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며 과거이든 현재이든 미래이든 중국의 마지노선(底線)에 도발하려는 자는 결국 돌로 제발을 찍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1면에 남중국해 영유권 수호의지를 담은 정부, 외교부 성명으로 가득 메웠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도 13일자 평론에서 '남중국해에서 누가 지고 누가 이길지 역사는 한편에서 몰래 웃을 것'이라는 제목의 평론을 게재해 이번 중재재판소 판결을 중국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중재재판소 판결은 폐지나 다름없으며 미국, 일본 등 어떤 국가든 이걸 이용해 중국에 군사정치적 압력을 가한다면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한편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상설중재재판소(PCA)는 12일(현지시간)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소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PCA는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중국의 인공섬 건설이 어업과 자원 탐사를 위한 위한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판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