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경쟁을 벌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민주·버몬트) 12일(현지시간) 경선 종료와 함께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오전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처음으로 공동 유세를 하면서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다"며 "승리를 축하한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미국인의 요청과 우리가 직면한 매우 중대한 위기의 해법과 관련돼 있으며, 11월 대선으로 향하면서 그것을 할 수 있는 최고의 후보가 클린턴 전 장관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의 지지연설에 대해 클린턴 전 장관은 "이제 우리가 한편이 됐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훨씬 더 즐거울 것"이라며 "우리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승리하고, 우리 모두 믿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 힘을 합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샌더스 의원은 우리나라를 깊이 걱정하는 젊은 세대에 힘과 영감을 불어넣었다”면서 “그러나 그보다 더욱, 평생에 걸친 불의와의 싸움에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달 6일 대의원 '매직넘버' 획득에 성공한 데 이어 같은 달 14일 워싱턴DC 프라이머리를 마지막으로 사실상의 대선후보가 됐으나 7월 전당대회까지의 완주를 고수한 샌더스 의원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해 속을 태웠다.
하지만 그가 당 대선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필라델피아 전당대회를 12일 앞두고 이처럼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를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과 지지층은 그녀를 중심으로 급속히 뭉칠 전망이다.
다만 기성 워싱턴 정치에 실망하고 분노한 나머지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아웃사이더인 샌더스 의원을 지지했던 젊은 유권자층이 이날 지지 선언을 계기로 곧바로 '힐러리 지지'로 돌아설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기성정치에 대한 민심의 실망과 분노를 바탕으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며 레이스 내내 클린턴 전 장관을 몰아세웠던 샌더스 의원은 결국 '주류 정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 정강과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공약에 최저임금 15달러로의 인상을 비롯한 건강보험 개혁과 대학 무상교육 등 자신의 진보정책을 관철함으로써 절반의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본선 맞상대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를 선언한 샌더스 의원을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서 "샌더스가 자신과 지지자들에게 솔직하지 못해 좀 놀랐다"면서 "지지자들은 샌더스가 신념을 저버리는 데 대해 행복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렛대를 완전히 잃은 샌더스가 신념을 저버리고 '사기꾼' 힐러리 클린턴한테로 갔다. 샌더스가 오늘 그녀를 지지한다고 하는데 지지자들이 화가 많이 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