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이수경 기자 = 국민연금 공공투자를 둘러싼 논쟁이 20대 국회를 강타했다.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시동을 건 국민연금 공공투자 확대 논리는 복지인프라 확대를 통한 ‘연금의 지속가능성’이다. 정부여당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선(先) ‘연금재정 안정화’를 이유로 국민연금 공공투자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국민연금 공공투자를 놓고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라는 입장과 전형적인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아주경제는 총 3회 기획을 통해 국민연금 공공투자의 오해와 진실, 핵심 쟁점 및 대안 마련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국민연금법 제1조에는 국민연금의 목적에 대해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 野의 초점은 '공공성'…채권 인수 방식의 안정적 수익률 기대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국민연금 공공투자 정책추진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각 상임위별로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박광온 의원이 더민주 의원 16명과 함께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서 허용중인 '공공사업' 투자를 '출산율 제고에 기여함으로써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공공사업'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법 102조 '기금의 관리 및 운용' 항목에는 '공공사업을 위한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를 운용 방법 중 하나로 명시해놓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은 가입자, 가입자였던 자 및 수급권자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에 대한 투자는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하여야 한다'는 문장도 같은 조항에 들어있다.
문제는 어느 조항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국민연금을 보는 성격이 다소 달라진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수익률 논란에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더민주는 국민연금의 '공공성'에 주목했다. 국민연금의 기금을 매년 10조원씩 거두어 10년간 총 100조원을 공공임대주택 공급, 보육시설 인프라 확충 등에 투자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것이 직접투자가 아닌, 정부가 발행하는 가칭 '국민안심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공공투자를 하기 위한 특수국채로, 시장에는 유통되지 않는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고, 원금 보장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올 초만 해도 1.80%대이던 국고채 5년물 금리는 현재 1.25%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국민연금은 실제로 안정적 투자를 위해 4월말 현재 526조5000억원의 적립금 중 277조2000억원을 국내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전체의 52.6%에 달하는 규모다.
수익률은 연금의 장기 운용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에는 -0.2%, 로 손실을 보기도 했고, 2010년에는 30.1%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21.7%까지 떨어졌다. 작년에 최고 수익률을 냈던 부문은 주력 투자대상인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부동산이나 인프라 및 사모펀드 투자에 해당하는 대체투자(12.2%)였다.
야권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임대주택 투자 시 약 4~5%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채권투자 한도 내에서 공공투자를 집행하기 때문에 부채증가 우려도 없다는 설명이다.
더민주 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부지면적 1300㎡, 용적률 200%, 보증금 1000만원(뉴스테이 기준), 임대료 30만원, 토지매입비(3.3㎡) 300만원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돌려본 결과 내부수익률(IRR)이 10.5%로 나타났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토지매입비를 500만원으로 높여도 7.9%는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與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소득 보장의 최대 보루"…수익 악화 우려
정부와 여당은 국민연금의 '신탁형' 성격에 방점을 찍고 있다.
과거 1990년대 '공공자금관리기금법'상 강제예탁 규정에 따라 시행됐던 국민연금의 복지사업 투자가, 각종 손실과 저조한 실적으로 결국 법안 폐지까지 이르게 된 사례가 정부·여당의 근거가 되고 있다.
더구나 서민용 임대주택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염가로 제공해야 하는 특수성으로 인해 많이 공급할수록 손해를 보기 쉬운 구조다. 특수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도 실상은 국민 모두의 부담을 떠넘기는 재정 동원이라는 측면에서 비판받기 쉽다.
현재의 초저금리 상황이 끝나고 금리가 오를 경우,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사업 수익률 상승도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 윤석명 연구위원은 “현재 국고채 수익률이 2% 넘는데 (야당은) 임대주택 사업률의 수익률을 4% 정도로 예상하는 것 같다”면서 “만약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른다면 국고채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연금 기금의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임대주택의 사업 수익률도 올라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일본이 1961년 연금복지사업단을 설립, 복지사업과 공공부문에 투자했던 이른바 ‘그린피아’ 사업 실패를 거울삼아 임대주택에 대한 공공투자에 반기를 들고 있다. 1998년 일본 연금복지사업단은 전체 연금의 약 7%(10조엔 규모)를 복지시설에 투자했지만, 일본의 부동산시장 버블이 붕괴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후 일본은 2006년까지 복지공공투자를 완전히 접고, 금융시장 중심의 기금 운영체제로 전환했다.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은 “일본에서도 실패한 사례를 또 다시 반복해선 안 된다”라며 “연금은 우리 노후 소득 보장의 최후 보류인 만큼 기금 운용의 원칙과 국민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