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커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해 말 중국 중견 건설사 바오넝(寶能)그룹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촉발됐다. 이에 맞서 창업주 왕스(王石) 완커 회장 등 경영진은 선전지하철그룹을 최대주주로 끌어들이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최대 주주인 바오넝 그룹은 물론 기존의 최대주주였던 화룬(華潤)그룹이 돌연 완커의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면서 6개월 넘도록 경영권 분쟁이 도무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엔 최대 주주 바오넝 그룹이 주주총회를 소집, 왕스 회장을 비롯한 완커그룹 이사진 10명의 전원 해임을 요구하면서 완커 그룹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S&P는 28일 오후 보고서를 통해 완커의 경영진 해임 계획이 회사의 비즈니스와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완커의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S&P는 완커 신용등급을 BBB+,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S&P는 다만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완커 그룹의 공식적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신용등급을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디스도 앞서 27일 완커 경영권 분쟁 보고서를 발표해 완커의 현 이사진이 파면된다면 완커의 현재 신용등급과 신용등급(Baa1)과 전망(안정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했다.
시장은 완커의 이사진 해임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무디스나 S&P에서 완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다 못한 중국 증권당국도 경영권 분쟁에 사실상 개입한 상태다. 선전증권거래소는 앞서 27일 바오넝과 화룬그룹 측에 완커의 구조조정안과 관련한 양사간 담합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22일엔 완커그룹 측에도 경영권 분쟁, 구조조정안과 관련한 자료를 요구했다.
중국 당국은 현재 완커의 경영권 분쟁을 심각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관계자를 인용해 바오넝그룹과 화룬그룹이 완커 구조조정안을 두고 불법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과 함께 주주 권한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바오넝과 화룬간 담합 사실이 드러나 주주권이 제한되면 왕스 회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안을 통과시켜 수 개월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커 주식이 언제쯤 거래가 재개될지도 관심사다.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완커 주식은 지난 해 12월 18일부터 현재까지 거래가 잠정 중단한 상태다. 완커 시가총액은 약 2700억 위안으로 선정성분지수 가중치에서 2.2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완커 주식의 거래 재개 후 폭락할 경우 선전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