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증시에 상하이 시대가 가고 선전 시대, 특히 ‘중소판(中小板)’ 시대가 도래한걸까. 중국증시라 하면 상하이 종합지수만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근엔 상하이 증시보다 중소기업 전용 증시인 중소판에서 투자자들이 더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다.
중소판 증시 거래대금은 지난 5월 19일 사상 처음으로 상하이 증시를 제쳤다. 최근 지난 5거래일 연속 거래대금도 1800억 위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상하이 증시와 1,2위를 다투고 있다. 한때 하루 거래액이 1조 위안을 돌파했던 상하이 증시의 거래대금은 1년 사이 80% 넘게 줄어들면서다.
지난 2004년 5월 중소기업을 위한 주식시장으로 탄생한 중소판엔 현재 790개 기업이 상장돼 있다. 주로 정보통신, 바이오, 문화미디어 등 신흥전략업종의 민영기업이다.
중국 전기차 굴기를 선두하고 있는 비야디, 가전유통업체에서 인터넷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쑤닝그룹, 중국 폐쇄회로TV(CCTV) 1위 업체인 하이크비전 등 유수한 기업이 중소판에 몰려있다. 상하이 증시에 집중된 페트로차이나, 시노펙, 공상은행, 건설은행 등 세계적인 시총 수준의 국유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면, 중소판에 상장된 치싱화촹(七星華創) 전자는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무명 IT기업이다. 시가총액은 공상은행의 100분의 1 수준. 하지만 거래액은 공상은행의 두 배에 달할 정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소판에 상장된 광저우톈시(天錫)신소재 기업은 올해 들어 주가가 130% 상승하면서 일일 거래대금이 지난해 평균보다 5배 뛰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외에 리튬전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자상거래 업종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중국 경기 둔화세가 단기간 내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정유·은행·석유화학 등 전통산업주는 침체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신흥 중소기업 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이밍(戴銘) 상하이 항성자산관리공사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 통신에서 “전통산업이 더 이상 성장 잠재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투자자들이 상하이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이제 중소주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진타오 신만굉원증권 스트레지스트는 "중소판 지수의 활황은 중국 증시의 미래를 보여준다"며 "중소판과 상하이 증시가 당분간 거래대금 왕좌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중소판 지수: 지난 2004년 5월 26일 선전증시에서 출범했다. 1000선에서 출발해 12년 후인 현재는 680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2년 사이 중소판에 상장된 기업 수는 20배 넘게 뛰어 790개에 달한다. 상장사 평균 영업수익은 12년 사이에 6배, 평균순익은 5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중소판 상장기업의 67%의 실적이 전년 대비 증가했으며, 이중 30%는 30%이상 증가했다. 기관투자자 비중도 지난 2004년 6월 22.59%에서 올 5월 기준 50%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