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친구인 듯 웬수인 듯 모녀지간…"죄책감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마"

2016-06-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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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 위안화의 역습 | 쇼펜하우어 이기는 대화법 38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 펴냄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사진=동양북스 제공]


"'부모님이 불쌍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당신은 사실 '동정심'이라는 이름으로 지배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정심이라는 이름으로 지배당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상대의 말이나 행동, 주장 등을 거부하면 '강한 죄책감에 휩싸인다'는 것입니다."(본문 29쪽)

25년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온 일본의 인기 심리 치유사 이시하라 가즈코는 죄책감과 사랑을 혼동하지 말라며 이같이 말한다. 특히 엄마와 딸이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엄마와 딸이 갈등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왜 내 마음 같은 건 하나도 몰라주느냐'는 원망, 즉 '알아줄 거라는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핏줄이니까 내 마음을 당연히 알아주겠지'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가 상대가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는 순간,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이야기다.

그런 기대를 안고 살아가는 딸들은 자신도 모르게 엄마의 눈치를 보게 되고, 엄마의 태도나 반응에 따라 자신의 말과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저자는 엄마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싶다면 먼저 "'내 마음'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은 하고, 원치 않는 것은 "싫다"고 정중히 거절할 줄 아는 딸이 되어야 비로소 엄마와의 싸움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휘둘리지 않는 딸, 딸에게 집착하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한 행동 습관은 모녀관계뿐만 아니라 여러 인간관계에서도 두루 통용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 책은 아빠와 아들, 상사와 부하가 함께 읽어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256쪽 | 1만2500원


◆ '위안화의 역습' 윌리엄 오버홀트 外 지음 | 이영래 옮김 | 21세기북스 펴냄

'위안화의 역습'                                     [사진=21세기북스 제공]



지난 7일 중국은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회'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더 하지 않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세계 각국과 경제 전문가들이 그동안 "중국이 수출을 늘리려 위안화를 평가절하했다"고 비판해왔던 것을 중국이 의식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올 5월 수출액은 1조1700억위안으로 전년대비 1.2% 성장했고, 이전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과 여러 분야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위안화의 가치 하락이 달갑지 않다.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기업들에 뒤처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이번 합의는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위안화 가치의 등락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자세로는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국제통화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위안화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파급 효과에 대해 구체적인 분석을 보여준다. 또한 역사적으로 새로운 통화가 세계 경제의 주류로 등장해온 배경을 설명하고, 미국의 지배력 약화와 함께 중국의 위안화가 통화 시스템의 계승자가 되고 있는 이유를 명확하게 밝힌다. 

이윤창출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는 전 세계 기업들은 중국정부의 자본시장 규제 완화에 따라 점점 커지는 위안화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저자들은 위안화의 국제화가 이뤄지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고 지적하지만, "결국에는 위안화가 글로벌 통화가 될 것이며 그에 따라 세계의 통화체제가 새롭게 편성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분석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떠나, 위안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 경제시장을 공부하기에 적절한 개론서다. 

336쪽 | 1만9000원


◆ ' 쇼펜하우어 이기는 대화법 38' A. 쇼펜하우어 지음 |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펴냄

 

'쇼펜하우어 이기는 대화법 38'                        [사진=베가북스 제공]



'교양있는 사람인 듯 조리있게 대화하기'를 다루는 책은 많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논리보다는 감정, 소신보다는 여론에 떠밀리거나 상대방의 술책에 넘어가 입심이 달릴 때가 더 많지 않은가? 이럴 때도 점잔을 떨 수 있을까?  

인간의 맹목적 생존의지에 천착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른바 '논쟁에서 이기는 법칙'을 제시하며 "상대에게 억지를 쓴다고 외치거나 의미없는 질문을 쏟아내고, 그마저도 통하지 않을 땐 인신공격을 하라"고 말한다. 

물론 대화나 논쟁에서 신중함과 합리성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애석하게도 인간은 그렇지 못한 존재이다. 자신의 부당함을 지적당하면, 받아들이기보다 방어하려고 혈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토론은 진실에서 멀어지고, 오직 승패만 남는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인생에서 지더라도 논쟁에서는 이기려는 사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는 사람' 등 인간의 허황된 모습을 보며 논쟁의 승리법칙을 정리했다.

그렇다고 이 책을 '무조건 독하게 공격하고, 반드시 이기라'는 철칙만 늘어놓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쇼펜하우어의 독설을 따라가다 보면 토론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비즈니스 현장이나 중요한 회의에서 내 의견이 왜 먹히지 않았는지, 논쟁이나 대화에서 밀리고 말문이 막히는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등 상대의 술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부제처럼 '입만 열면 손해보는 사람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행간 읽기'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원활한 대인관계를 바라는 모든 이들을 위한 필수 지침서가 될 수 있다.

168쪽 |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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