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야당 국회의장 탄생…정세균 "권한 적극 행사할 것"

2016-06-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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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과 심재철, 박주선 부의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 직후 국회사무처 직원들과 상견례를 마친 뒤 서로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이수경·김혜란 기자 = 앞으로 2년간 국회를 이끌어 갈 20대 국회의 전반기 국회의장단이 9일 선출됐다.

특히 14년만에 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탄생한 것은, 여야 3당 구도에서 '여소야대' 형국으로 재편된 정치권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의장단 전원이 호남 출신인 점도 흥미롭다.
국회의장은 국회의 경비 최종 승인자인 동시에, 본회의 개의와 산회 등 의사일정을 총괄한다. 국회 운영의 시작과 끝이 의장의 손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6선의 정세균(66·서울 종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역할을 하게 됐다. 국회의장은 당적을 가질 수 없는 조항 때문에, 정 신임 의장은 법에 따라 당선된 다음날인 10일부터 무소속이 된다.

그는 후보로 선출되자 "20대 국회는 온건함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때로는 강경함이 필요할 것"이라며 '부드럽고도 강한 국회운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의장으로 선출된 직후 인사말을 통해서도, 그는 "단순히 견제하고 감시만 하는 역할에서 머무르지 않고, 국정의 당당한 주체로서 부여된 권한을 적극 행사하되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지는 협치의 모델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며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국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는 '책임 의회'를 지향하고 국가 위기 극복은 물론, 중장기 발전방향 제시에 힘쓰겠다는 설명이 붙었다. "'갈등 조정자'가 아닌 '갈등 조장자'라는 질타에서 벗어나 갈등관리와 사회통합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정 의장은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19대 국회 막바지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야당이 극구 반대했던 '테러방지법'을 '국가 비상사태'라는 이유로 본회의에 직권상정했다. 의장의 막강한 권한을 보여주는 사례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결국 토론이 끝난 후 표결처리를 통해 법안은 통과됐다.

야당을 중심으로 세월호특별법, 상시 청문회법 등 쟁점 법안의 처리를 놓고 직권상정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의 강력한 반발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의장이 '부드럽고도 강한' 운영의 묘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가 숙제다.

부의장으로 나란히 선출된 5선의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을) 새누리당 의원과 4선의 박주선(광주 동남을) 국민의당 의원 간 소통과 교감도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마침 이들 모두 호남 출신인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 의장은 전북 진안 출신으로 지난 15대에서 18대까지는 전북 지역에서 내리 4선을 했었고, 심 부의장과 박 부의장은 각각 전남 광주와 보성 출신이다.

심 부의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20대 국회는 합리성과 다양성에 기반한 더 적극적이고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는 숙의민주주의의 장으로 거듭 진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박 부의장은 "내가 바라는 100%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10%라도 진전된 합의를 만들어내는 국회, 다수의 의견을 따르되 소수 의견을 존중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번 의장단 선출 결과는 당내 역학구도와 정치 지형의 변화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범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정 의장이 압승을 거두면서 당내 친노 또는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입지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의장과 겨뤘던 문희상 의원도 친노 인사로, 전체 121표 중 이들 두 명이 획득한 표만 전체의 86.9%(106표)에 달했다. 

비박(비박근혜)계인 심재철 부의장이 친박(친박근혜) 김정훈 의원과 겨뤄 최종 낙점을 받은 것은 전략적 선택 덕분이다.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내준 마당에 부의장이 선수(選數)마저 낮을 경우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당내 주류세력이 표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심 부의장은 후보 연설에서도 "집권여당의 부의장이면 그래도 5선은 되고 선수에서부터 밀리지 않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호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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