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여야 4당 지도부가 31일, 지난 28일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을 찾았다. 20대 국회 개원 후 첫 민생 행보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수리 업체 용역 직원 김모씨(19)가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사후약방문' 모색에 나선 것이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공식 일정을 급히 취소하고 앞다퉈 구의역을 찾았다. 사고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제도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단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지난 2013년 1월(성수역), 2015년 8월(강남역) 때도 동일한 패턴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정치권이 현실을 바꾸진 못했고 세번째 희생자가 나오고 시민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자 '보여주기식 현장' 방문 경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사고 현장을 방문해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관리 소홀 책임을 지적하며 "2인1조 매뉴얼이 왜 안 지켜졌는지, 감독 책임은 없는지 이런 것들을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며 "사법당국에서도 조사하겠지만 너무나도 사회적 파장이 큰 사고이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도 분명히 진상 규명을 해서 근본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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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이날 일제히 외주화의 폐해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안전 관리 업무의 경우 본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대책 등이 나왔다.
이날 현장을 방문해 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과 면담한 김 대표와 을지로위원들도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다. 김 대표는 "지나친 경비절감만 고려하다보니 인명에 대한 문제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했고, 을지로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몇번씩 사람이 사망한 현장에 비정규직으로, 간접고용으로 용역을 썼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충분한 인력으로 자기 노동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 방문에 앞서 을지로위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9대 국회에서 또 다시 정부와 새누리당에 의해 좌절된 안전, 위험 업무에 대한 외주화 금지 등의 제도적 개선책이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안전 문제일 뿐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라고 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번 참극은 서울메트로의 무분별한 외주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 대표는 "안전과 관련된 작업자들은 반드시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본사에서 책임을 지도록 지난 19대 국회에서 법안을 제출했지만 이루지 못했다"면서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는 김씨의 불행하고 비통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법제화를 야3당이 공조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자신의 SNS에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 지도 모른다"고 썼다가 비판이 일자 글을 삭제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구조적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은 못하고 개인 문제로 치부했다는 비판이다. 안 대표는 이날 다른 행사 참석을 이유로 사고 현장엔 방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