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대출 잔액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P2P 투자자들은 기존 금융상품 보다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P2P(개인 간 대출)업체 테라펀딩을 설립한 양태영 대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게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딘 테라펀딩의 최우선 과제라는 말도 덧붙였다.
국내 최초 부동산 P2P금융 플랫폼인 테라펀딩은 지난해 4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급성장하는 P2P 대출 시장에서 테라펀딩은 단연 선두 업체다.
테라펀딩은 건축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 사업자와 개인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이다. 대출자에게는 합리적인 중금리 대출을 제공해 이자부담을 낮추고, 소액 투자자에게는 안전하면서도 적정 수익을 제공하는 게 강점이다.
◆ 소규모 영세 건축 시장의 막힌 자금 흐름을 트여줘
테라펀딩의 주요 타깃은 그동안 기존 금융권이 외면해온 소형 주택시장이다.
양 대표는 "은행과 대출자의 요구 사항이 서로 달라 소형건축물 시장에 대한 자금공급이 없었다"며 "은행이 외면한 소형 주택 시장에 저희가 적정 대출 모델을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자금이 원활하지 않아 연 30%에 달하는 사채에 의존해 온 소형 주택 시장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소형 빌라의 경우 은행에서 요구하는 대출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힘들다"며 "건축주들이 외상공사를 하거나 사채 시장에서 연 30%에 달하는 대출을 이용해 분쟁이 발생, 건물이 올라가다 멈추다를 반복해 4개월이면 마무리될 공사가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규모 영세 건축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대로 된 금융 서비스가 여전히 없다"며 "테라펀딩은 이같은 소규모 영세 건축 시장에서 자금 흐름의 막힌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가 소형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인식하게 된 계기는 부동산 경매에 발을 담그면서부터다.
그는 "경매를 8년간 하면서 건축주와 투자자를 연결해 부도가 나는 사업장들이 줄어들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건물이 완공 된 뒤 생긴 부동산 이익도 투자자에게 줘 투자자와 대출자 서로에게 이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했다"며 창업 배경도 밝혔다.
◆ 대출자가 대출금 못 만지는 시스템으로 안정성까지 겸비
양태영 대표는 테라펀딩이 건설 과정에서 사업관리를 직접하고 '대출자가 대출금을 한 푼도 만질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성까지 높였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10억원 공사라면 10억원을 신탁사 계정으로 옮긴다. 건물을 10% 올리고 건축주가 자금 인출을 요청하면 테라펀딩의 담당 건축사가 현장을 방문한다. 건축사가 설계도면대로 공사가 10% 시공됐는지를 확인한 뒤 신탁사에 자금을 요청한다.
여기에 안전장치를 하나 더 추가했다. 양 대표는 "건축주가 돈을 받고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건축주가 아닌 하도급 업체에 직접 공사비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테라펀딩이 아직까지 순항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낮은 금리를 원하는 대출자와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의 눈높이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현재 12%인 테라펀딩의 금리가 "대출자 입장에서는 낮지 않다"며 "궁극적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양 대표는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는 만큼 현행 수익(세후 7~8%)도 유지해야 한다"면서 "투자자와 대출자 간의 갭을 줄이려면 P2P가 제도권으로 진입, 대출자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합법성 논란을 극복하고 이제는 한숨 돌린 양 대표는 "지난해는 P2P가 알려지지 않아서 투자자들의 투자 유치가 어려웠고 법제화되지 않아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양적인 성장을 하면서 리스크 관리도 잘 해 밸런스를 맞추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큰 고민이다"며 "한달에 50건 이상 대출 접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신규 대출로 이어지는 건 2~3건에 불과해 승인률이 굉장히 낮다"며 "상대적으로 좋은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테라펀딩 외에 모든 P2P 업체들은 '안정성'을 최우선 지표로 여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연체율을 제로로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투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