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달 안진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맡아온 워크아웃팀 핵심 인력 상당수가 경쟁업체 EY한영 회계법인으로 이직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3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안진 워크아웃팀에 소속된 핵심 임원들은 이달 초 한영으로 이직하기 위한 물밑 협상을 시작했다.
안진에서 한영으로 이직할 인원은 최소 2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의 구조조정본부 인력은 총 80명, 구조조정본부 산하 워크아웃팀 인력은 30~40명 수준이다.
안진 워크아웃팀 인력이 집단 이직을 추진하는 데는 안진이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 책임으로 더는 산업은행 발주 물량을 따낼 수 없게 된 게 컸다.
안진은 지난 3월 대우조선의 작년도 영업손실 5조5000억원 가운데 2조원가량을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했다며 뒤늦게 정정을 요구했다.이는 안진이 외부감사인으로서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산업은행은 안진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구조조정 관련 프로젝트에서 안진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안진은 금호타이어 매각 타당성 실사, 성동조선 구조조정 모니터링 업무 등에서 제외됐다.
산업은행은 국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국책은행으로, 올해 매각을 목표로 하는 비금융 자회사만 46곳에 달한다. 또 2018년까지 장기간 보유한 비금융회사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회계업계에서 일감을 나눠주는 '절대 갑(甲)'의 위치다. 조선·해운 경기 불황으로 구조조정 업무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안진은 대우조선 부실감사 여파로 일감을 잃고 있다.
이에 한영과 삼정 등 안진을 추격하는 라이벌 회계법인들이 구조조정 분야 회계 인력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안진 워크아웃팀의 대부분은 한영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일부는 삼정으로 옮기기도 한다.
한편,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은 안경태 회장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실사를 맡았던 한진해운 관련 미공개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삼일 측은 일단 안 회장의 미공개 정보 유출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향후 삼일의 일감 수주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내 회계업계는 삼일(2014년 매출 4599억원), 안진(2921억원), 삼정(2759억원), 한영(2255억원)이 업계 1~4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