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공화당 내부의 불화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까지 공격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8일(이하 현지시간) NBC의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라이언이 자신을 공화당 후보로 지지하지 않을 경우 라이언 의장을 공화당 전당대회 의장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라이언 의장의 지지를 받고 싶다"면서 "하지만 그가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에 맞춰 (행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라이언을 전당대회 의장에서 끌어내리겠다는 말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노력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지도부와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NYT는 지적했다. 하원의장인 라이언은 오는 7월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 때 의장을 맡게 된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라이언 의장이 지난 5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두 사람이 오는 12일 회동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지지자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라이언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하지 않은 것을 공격하며 그를 하원의원에서 낙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8일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State of the Union)'에 출연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폴 라이언의 정치생명은 끝난다. 그가 유권자들의 뜻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트럼프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라이언의 발언은 현명하지 않다"고 단정하고 "그는 에릭 캔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중 랭킹 2위였던 에릭 캔터는 2014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티파티가 후원한 후보에게 패한 뒤 정계를 은퇴했다.
라이언 의장은 위스콘신 주 연방하원의원에 다시 선출되기 위해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폴 넬런과 대결해야 한다.
넬런은 지난 6일 성명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면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혀 라이언 의장과 차별화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라이언은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게 문제"라면서 "나는 넬런이 당선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