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대학 캠퍼스에 미술 작품이 들어선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외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교정에 한데 모이는 경우는 국내에선 특히 드문 사례이다.
성신여대(총장 심화진)는 올해 창학 80주년을 기념해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마니프(MANIF)조직위원회와 함께 '국제조각전'을 개최한다.
정면에서 보면 하트 또는 엉덩이 모양이지만 측면에선 숫자 '0'으로 보이는 최만린의 '0'을 비롯해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인간의 피부를 석재로 표현한 전준의 '소리-탄생과 소멸', 문인화에 등장하는 말이 막 뛰쳐나온 듯한 경쾌한 리듬감과 시원스런 해방감을 자아내는 리밍의 '사나운 말' 등은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뒷산인 오패산을 아름답게 수놓기에 충분한 작품들이다.
성신여대는 지난해 '성신캠퍼스뮤지엄'(Art in the Campus Museum)을 개관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미술을 향유하는 새로운 관점과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 시도한 '대학 강의실의 개인미술관으로의 변신'이었다.
올해는 조각전과 더불어 두 번째 '성신캠퍼스뮤지엄 2차 특별초대전'이 열린다. 한국 리얼리즘 회화의 대표 작가 구자승, 자연의 숭고함을 지닌 산을 매력적인 블루톤으로 해석한 김영재, 대자연 속 숨은 생명의 질서를 동양적 색감으로 함축해낸 류민자 이외에도 유휴열, 유희영, 전준, 제정자, 최예태 등 한국 현대미술의 원로 작가들은 극사실주의 구상회화부터 색면추상, 전통적 미감의 현대적 재해석, 순수천연의 자연주의 정신성까지 다양한 테마의 통찰력 넘치는 작품들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대 재학생과 교수 등 학교 구성원들만 즐기는 전시가 아닌, 지역 주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국제적 수준의 '캠퍼스 미술 실험장'이 미술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