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 치 앞만 보는, 서강준

2016-04-1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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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판타지오]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사람의 인생이 뒤바뀌는 데 필요한 시간은 얼마일까. 서강준에게는 1년이다.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한 것이 2013년, 이듬해 여름 홍콩에서 팬미팅을 열었고 그해 가을에 제7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에서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서강준의 성장은 숨 가빴다.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로 연기 이외의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뽐내더니 시청률 40%를 훌쩍 넘긴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로 중장년층에게까지 이름을 알렸다. MBC 드라마 ‘화정’을 통해서는 성장통도 겪었다.

“‘화정’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요? 크게 부담스럽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잖아요. 사극 연기는 현대극과 어떻게 다른지, 50부작 드라마 현장은 주연 배우에게 얼마나 고된지 모르니까 덜컥하겠다고 한 거죠.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고,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고, 그래서 자신 있게 연기했죠. 근데 모니터를 해봤더니 제가 제 모습에 놀랄 정도더라고요. 저도 제 부족함을 느꼈는데, 시청자가 모를 리 있나요.”

미흡의 잔상은 오래가는 법이다. 서강준이 누적 조회수 11억뷰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서로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절친한 친구와 관계가 틀어지고, 그로 인해 삶 전체가 기구해져 버린 백인호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치즈인더트랩’은 긴장도, 걱정도 많이 했던 작품이에요. 원작이 워낙 사랑받았으니까요. 이윤정 감독님께서 ‘강준 씨는 욕심이 많아요. 욕심도 좋지만 너무 잘하려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백인호는 자유로운 인물이니까 편안하게 연기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을 고쳐먹었죠. 어차피 나는 연기를 계속할 거고, 내 인생에는 수십, 수백개의 작품이 있을 거고, 이번 드라마는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요.”

더할 나위 없는 전략이었다. 어깨가 가벼워진 서강준은 원망와 절망을 뒤섞은 눈빛으로 적확한 위치에 눈물을 떨구었고, 제 감정을 참지 못해 날뛰다가도 사랑하는 여자 앞에만 서면 금세 숙맥이 됐다. 우려의 목소리가 환호로 바뀌는 데 필요한 시간은 찰나면 충분했다.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 신비로운 갈색 눈동자를 가진 배우가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겸비하자 한국을 넘어 아시아가 들썩거렸다.

서강준은 드라마 종영 후 일본, 중국, 태국, 싱가포르를 돌며 현지 팬들과 만나고 있다. 그 사이 할리우드 스타의 일상과 연예계를 그린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tvN ‘안투라지’ 출연도 결정, 준비에 한창이다. 과장을 조금 섞자면 데뷔 이후 정말로 숨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았는데 정작 당사자는 덤덤하다.

“힘들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안 쉬고 삼 년 동안 달렸으니까 피곤하다고, 쉬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힘든 걸 생각하다 보면 정말로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작품을 쉬고 싶지 않아요. 버티는 비결이요? 버틴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저를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한 치 앞만 보는 거예요. 크고 멀리 있는 목표를 보면서 거기에 미치지 못 했다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조바심내는 대신 손에 쥐고 있는 대본, 내일 있을 촬영에 집중하는 거요. 이런 나날들이 쌓이면 언젠가 크고 멀리 있는 목표에 도달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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