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 장진원(張勁文) 기자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원대한 청사진이라고 한다면 중국 원자력의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는 이 청사진의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중국의 국가 지도자들이 직접 원자력 ‘판매원’으로 나섰고 거액의 수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체결한 ‘가압경수로(PWR) 협력 협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영국을 방문해 영국, 프랑스와 합의한 ‘힝클리 포인트(Hinkley Point) C 공동건설 협의’까지 ‘일대일로’는 중국 원자력의 해외진출에 ‘동풍(東風)’을 가져왔다. 이제 원자력은 고속철의 뒤를 이어 중국 해외진출의 새로운 명함이 됐다.
전대미문의 기회
중국 정부는 전세계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원자력을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전세계 원자력 발전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중국은 기존 선진국들에 비해 발전 공간이 매우 크다. 첸즈민(錢智民) 중국핵공업집단(CNNC) 총경리는 중국 원자력의 발전 잠재력을 평가하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원자력 강국이지만 자국의 에너지 구조를 살펴보면 원자력은 이미 포화 상태다. 미국은 원자력 발전소 유닛 수가 줄고 있고 앞으로 셰일가스 개발로 원자력이 발전할 공간은 더 좁아질 것이다. 프랑스도 원자력이 이미 포화 상태이며 독일은 원자력을 포기하기로 했다. 일본은 원자력 발전소를 수십 기 가지고 있지만 1-2기만 가동하고 있는 상태이고 원자력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상대적으로 발전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원자력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원자력의 중요한 임무는 원자력의 해외진출과 ‘일대일로’ 구상이 실현되도록 돕는 것이다. 중국 원자력의 해외진출은 현재 전대미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 통계에 따르면 2030년 전까지 전세계적으로 건설 계획이 확정된 원자로는 159기(중국의 59기는 미포함)로 신규 증가분의 설비용량은 약 1억7800만 kW다. 이들 신규 원자로 건설에 1조5000억 달러가 투자될 전망이다.
‘일대일로’에서 원자력 해외진출의 역할에 대해 첸즈민 총경리는 “일대일로 주변의 60여 개 국가 중 약 40개국이 원자력을 발전시킬 의향이 있거나 현재 개발을 진행중이다. 이는 원자력이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게 호재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원자력 발전은 ‘일대일로’ 건설 과정이나 원자력 전체 산업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
이번 원자력 발전 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진통을 겪은 이후 나타났다. 때문에 원자력 기술의 선진성과 안정성에 대한 각국의 요구가 까다로워졌다. 3세대 원자력 기술, 예를 들어 미국의 AP1000, 러시아의 VVER, 프랑스의 EPR은 현재 국제 원자력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국의 해외수출 주력 원자로는 3세대 원자로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화룽(華龍) 1호’와 ‘CAP1400’이다.
현재 중국의 원자력 해외진출은 주로 중국핵공업집단(CNNC), 중국광핵집단(廣核集團, CGN), 국가전력투자집단(SPIC) 세 개 기업이 진행하고 있다. 중국핵공업집단과 중국광핵집단은 화룽 1호를 공동 개발했고, 국가전력투자집단은 국가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CAP1400을 자체 연구개발했다. 화룽 1호든, CAP1400이든 중국은 완벽한 자체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두 개 기술은 3세대 원자력 기술 표준과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
2015년 중국의 지도자가 자주 해외를 방문하고 ‘일대일로’ 구상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중국의 원자력 브랜드인 화룽 1호와 CAP1400도 해외에 진출해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화룽 1호는 중국핵공업집단과 중국광핵집단이 해외 진출을 주도했다. 2015년 2월 4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아르헨티나 기획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와 아르헨티나공화국 정부 간 아르헨티나 가압경수로 건설에 관한 협의>를 체결했고, 11월 15일 중국핵공업집단은 아르헨티나 원자력공사(NASA)와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이로써 화룽 1호 기술은 처음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10월 21일 시진핑 주석의 영국 방문 기간 동안 중국광핵집단은 프랑스전기(EDF)와 런던에서 영국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 프로젝트 투자 협의를 공식 체결했다. 중국광핵집단이 주도한 중국 컨소시엄과 프랑스전기가 영국 힝클리포인트 C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하고, 사이즈웰(Sizewell) C와 브래드웰(Bradwell) B의 후속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중 브래드웰 B 프로젝트에 화룽 1호 기술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로써 중국이 자체 개발한 원자력 기술이 기존 원자력 강국에 상륙하게 됐다.
CAP1400은 국가핵전기기술공사(SNPTC)가 해외 진출을 주도했다. 2014년 11월 24일 국가핵전기기술공사와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는 터키 정부와 ‘터키 제3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배타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 따르면 국가핵전기기술공사와 웨스팅하우스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터키에 ‘AP1000 2기+CAP1400 2기’를 건설하기로 했다.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된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양자위원회 회의에서 중국은 CAP1400 기술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 제안했고 2014년 양국 정부간 원자력 프로젝트 협력 기본협약이 체결됐다.
이같은 협의 외에도 중국의 원자력 기업은 러시아 등 기존 원자력 강국은 물론이고 중동 지역, 동유럽, 동아시아 등 국가와도 긴밀하게 협력을 벌이고 있다.
전폭적인 정책 지원
원자력 후발주자인 중국이 원자력 해외진출에서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중국 정부는 원자력 해외진출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2013년 국가에너지국은 <원자력 기업의 과학적인 발전에 서비스하는 협력작업 메커니즘 구축 방안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원자력 기업의 해외진출 방향을 제시했고, 원자력 해외진출을 중국과 원자력 수입 잠재국의 양자간 정치, 경제 교류의 중요한 의제로 삼았다. 현재 중국 정부는 <장비제조 해외진출 활성화에 관한 지도 의견>을 제정중이며 여기에는 금융, 재정 등 분야의 정책 지원이 포함된다.
원자력은 현대 첨단기술 집약형 국가 전략산업으로 R&D, 인재 양성, 장비 제조, 문화 육성 등 분야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정밍광(鄭明光) 국가전력투자집단, 상하이핵공정연구설계원 원장은 CAP1400을 소개하면서 “CAP1400은 중국의 16개 국가 과학기술 중요 프로젝트 중 하나다. 국가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수많은 설계 연구, 시험 연구, 설비연구 제작, 안전 평가,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늘어난 요구를 기반으로 완성됐다. CAP1400은 전국적인 새로운 체계에서 추진된 중국의 원자력 발전과 산업 혁신을 집대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원자력 기술은 연구개발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도 연구개발에 뒤지지 않는다. 실력있는 원전 주통제실 운영 인력을 양성하는 비용이 조종사 한 명 배출에 투입한 것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통제실 현장에서 일하는 왕비융(王必勇) 푸칭(福清)원전 운영책임자는 “교육을 마친 원전 운영자는 박사생에 뒤지지 않는 능력을 갖춰 명실상부한 ‘황금 인력’이다. 운영 인력 양성에 정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조종사 양성에 필요한 시뮬레이션 기기는 1000만 위안(약 18억9000만원)을 호가하지만 한 대로 많은 학생이 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원전의 시뮬레이션기는 1대1 맞춤형으로 시뮬레이션기 한대로 똑같은 기술로 설계된 유닛 2기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따라서 원전운영 인력양성 비용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원자력 해외진출은 기술 연구개발과 자금 투입 외에도 원전 설비 제조력과 원전 운영 유지보수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국의 원자력은 상응하는 설비 제조력과 운영 경험을 갖췄다. 국가전력투자집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원자력 장비 국산화율은 80% 이상이고 핵심 설비도 모두 자체 제작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 산업사슬을 기본적으로 갖췄고 장비제조업은 이미 세계 선진 수준에 도달했다. 원전 건설 운영 분야를 살펴보면 중국이 건설 중인 원전은 전 세계에서 건설중인 원전 유닛 설비 용량의 42%로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또한 지난 30년 동안 건설된 원전에서 2급 이상(2급 포합) 사고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밖에 중국은 원자력 안전 문화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2014년 3월 시진핑 주석은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NSS)에 참석해 중국의 핵 안보관을 설명했다. 그중 첫째는 ‘발전과 안전을 모두 중요시하면서 안전 확보를 전제로 원자력 사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고위층의 지도 아래 중국의 원자력 기업도 엄격한 핵 안전 문화를 만들었다. 첸즈민 총경리는 중국핵공업집단은 ‘안전이 사업의 생명선이고 기업의 생명선이며 직원의 행복선’이라는 안전 철학을 계승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원장은 중국의 원자력 안전 문화에 대해 “중국의 원자력 안전 문화는 매우 일찍 시작됐다. 시작부터 국제 수준에 맞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보다 더 높고 법규, 조직 구조, 안전 관리감독도 매우 엄격하다”고 말했다.
원자력 해외진출의 의의
첨단기술 집약형 국가 전략산업인 원자력은 한 나라의 산업 수준을 상징한다. 중국 원자력의 해외진출은 중국의 산업 수준을 보여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 장비제조업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고, ‘일대일로’ 구상과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실현하며, 수출무역이나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첸즈민 총경리는 원자력 수출의 수익을 추산하면서 “원자력 유닛 하나를 통해 1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설비 8만여 대가 수출된다. 우리가 ‘일대일로’ 주변국에서 원자력 유닛 20%만 수주해도 직접적인 경제 효과만 1조 위안에 달한다. 여기에 연료 공급업과 전체 수명주기 서비스업을 더하면 유닛 1기의 경제 효과는 1000억 위안이고 30기면 3조 위안이다. 간단하게 말해 원자력 유닛 1기는 자동차 3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다. 지난해 중국은 자동차 89만대를 수출했다. 원자력 유닛 3기는 전국 수백개 자동차 기업의 총 수출량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막대한 경제 효과 외에 원자력 해외진출은 중국의 평화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의 외교에서 원자력 수출이 하는 공헌에 대해 첸즈민 총경리는 “원전은 계획에서 건설까지 십여 년이 걸리고 운영에 다시 수십 년이 걸린다. 때문에 중국의 원자력 해외진출은 다른 나라와 ‘백년가약’을 맺는 것이나 다름없다. 원자력 협력을 맺은 나라는 친형제나 다름없는 막역한 친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원자력 해외진출은 장비와 기술 뿐 아니라 중국의 국제지위 향상에도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