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수출 부진, 5년전부터 심각성 인지했어야"

2016-03-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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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21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수출 부진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최근의 수출 부진은 5년 전부터 심각하게 인식했어야 했다. 이제서야 심각성을 알았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21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수출 부진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세계 무역량 정상화, 수출 단가 하락, 국내 기업들의 잘못된 수요 예측 등을 꼽았다. 수요 부진과 무역량 정상화 등 대외 여건이 바뀐 상황에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 실패가 겹친 결과라는 것이다.

우선 이 원장은 요즘 수출 부진이 부각된 이유에 대해 "최근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해 수요 부진을 메웠는데 재정지출이 사라지자 수요 부진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세계 무역량이 비정상적으로 급증, 위기 신호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세계 무역 성장은 지난 15년간 세계화에 따른 영향으로 비정상적으로 빨랐다"며 "글로벌 가치가 상승하고 무역을 처음 시작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무역이 활성화됐으나 점차 정상화되면서 최근 수출 부진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출단가 하락 영향도 겹쳤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 단가가 떨어져 체감하는 충격이 더 커진 셈이다.

이 원장은 "특히 한국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량보다는 실질적인 총 명목수출 금액이 많이 떨어졌다"며 "가격 단가가 떨어져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선과 중공업, 중화학 등 한국의 주요 수출 분야가 그동안 급성장한 것도 수출 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워낙 빠른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공업이나 중화학, 조선 분야의 시장 점유율은 5년 전부터 떨어지고 있었다"며 "시장 점유율이 떨어져도 산업 자체에 대한 수요가 워낙 컸기 때문에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해당 산업이 하향세로 접어들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던 게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수출 경쟁력 회복 방안으로 인력의 고도화와 자본 효율성 증대를 통한 생산력 향상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와 같이 환율을 통해 생산성이나 경쟁력을 높이는 시대는 지났다"며 "상품의 교역 증대를 위해 5~10년 후에 어느 상품이 잘 팔릴 것인지, 어느 분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향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중화학, 중공업에 투자한 수출 품목이 많았는데 투자한 금액이 워낙 많아 경쟁력을 상실해도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미래를 내다보고 어느 상품이 뜰 것인지 예측해 경쟁력을 상실한 것은 과감히 정리, 새로운 상품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은 순간적일 뿐 저성장 시대를 탈출할 수 있는 것은 구조조정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 원장은 수출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가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노동시장 개혁, 규제 완화, 공정경쟁 심화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됐을 때 팽창적 거시경제 정책을 펴면 다시 살아나야하지만 지금은 세계화 및 기술 혁신 등 외부적 요소와 노동시장 문제점, 규제 등의 내부적 요소 때문에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노동시장은 보다 유연해져야 하는데 현재는 시장경제가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경직돼 있다"며 "때문에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고용을 외국에 뺏겼지만 외국 기업은 한국에 진출하지 않아 노동력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완전경쟁을 위해 규제 완화도 주장했다. 무조건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분야로의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10명이 생산할 수 있던 것들을 지금은 5명이서 만들 수 있는 시대"라며 "현재 있는 상품들로는 더 이상 일자리를 늘릴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규제, 영역 제한을 풀어야 생산력 향상으로 남는 인력들이 새로운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풀어 완전경쟁에 다다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1958년 ▲런던정경대학 경제학 학사 ▲영국 워릭대학 경제학 박사 ▲국제통화기금(IMF) 정책기획국 선임 이코노미스트 ▲IMF 베트남주재 수석대표 ▲IMF 아시아태평양국 자문관 ▲IMF 중국주재 수석대표 ▲외교부 G20 국제협력대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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