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만에 막 내린 필리버스터…더민주 '중도 포기'…왜?

2016-03-03 00:01
  • 글자크기 설정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인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는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수정을 요구하며 지난달 23일 시작돼 9일을 이어온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일로 막을 내렸다.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끌고 가면서 여당의 양보를 받아내느냐,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고 총선에 진력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린 '정치적 결단'이다. 더민주의 필리버스터 '중도 포기'를 두고 야권 내부에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김종인 "총선 준비하려면 이 정도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도한 이 같은 중단 결정의 명분은 4·13 총선 정국에서 '이념'이 아닌 정부의 '경제 실정' 논쟁으로 정부·여당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반 의석의 여당이 테러방지법 원안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끌고 가더라도 실질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저희가 테러방지법에 대한 내용을 소상히 알리고 수정을 끝까지 주장했지만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여러 가지 정치 일정을 감안하고 오는 4월 13일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이 정도에서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총선에서 야당이 국회를 지배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해주신다면 테러방지법이 갖고 있는 국민 인권 유린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수정안을 해낼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우윤근 비대위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우리가 3월 10일까지 끌고 가더라도 이것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며 "차라리 지금 중단하고 이 점을 국민들에게 절절하게 호소해서, 총선에서 우리가 이 잘못된 법 내용을 개정하겠다고 공약을 하자, 이런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 '중도 포기'…"누가 표 주겠나" 역풍 우려도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인권침해 요소가 큰 '악법'이라고 설명해 온 테러방지법을 아무런 수정 없이 통과시킨 지도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10일까지는 독소조항 수정·보완을 위해 여당과 막후 협상을 이어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수미 더민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식으로 함부로 중단하면 누가 우리에게 표를 주는가"라며 "제대로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국민 앞에서 도망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희망을 걸고 하면 ‘재개정을 할 사람들이구나’라는 건 아이들도 판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 역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지층이 뜨겁게 반응하며 결집하고 있는 시점에 아무 설명과 설득 없이 중단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후 경제와 민생 이슈를 제시하면 총선에서 열렬히 지지해줄 것이라고 보는가? 이렇게 중단하면 오른쪽에서 박수를 치며 달려올 것 같은가? 오른쪽으로 순항하기도 전에 역풍이 왼쪽에서 불어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더민주의 정치적 선택…"평가는 국민이"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이 원인을 제공한 상태에서 야당으로선 최소한의 방어적 수단을 활용한 것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점점 득보다 실이 커진다"면서 "지리한 정치 공세의 모습은 국민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며 더민주의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봤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구 획정이 더 지연되면 모든 책임은 야권에서 지게 돼 있어 내린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더민주 내부에서도 필리버스터를 언제까지 해야 할지 고심이 깊었다. 여당이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탓에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계속하더라도 원안이 통과될 공산이 컸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 지도부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중도 포기라는 선택을 했고, 국민에게 여당을 심판하고 야당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 교수는 "테러방지법에 독소조항이 있는데도 여권이 너무 고집 센 태도로 일관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