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방 안의 코끼리’ 볼거리보다 드라마가 돋보이는 한국형 3D

2016-02-23 14:19
  • 글자크기 설정

[사진=KAFA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방 안에 코끼리 한 마리가 있다. 우리는 모두 그것이 방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함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코끼리에 대해 생각한다. 코끼리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지만 방 안의 코끼리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테리 케터링의 ‘방 안의 코끼리’(감독 박수영 권칠인 권호영·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제공 영화진흥위원회·배급 ㈜인디스토리)는 모두가 알지만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 ‘방 안의 코끼리’ 역시 그 의미에 따라 각각 거짓말, 외로움, 트라우마라는 키워드를 녹여내 모두가 함구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지난 2014년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신촌좀비만화’에 이어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두 번째 3D 옴니버스로 제작된 ‘방안의 코끼리’는 아찔한 절벽 위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세 남녀의 눈치게임을 그린 첫 번째 작품 ‘치킨 게임’과 SNS 세컨 계정을 통해 이뤄지는 일회성 만남을 그린 ‘세컨 어카운트’, 트라우마를 가진 베테랑 요원의 꿈속 추격전을 담은 ‘자각몽’ 등 세 가지 작품으로 이뤄져있다. 특히 2016년 현대인들이 가장 가깝게 공감할 수 있는 심리와 감성으로 드라마를 완성하며 3D 효과로 시각적인 재미까지 잡아냈다.

배우 곽시양, 신동미, 김태한이 주연을 맡은 ‘치킨 게임’은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뮤지컬 배우, 태권도 관장, 수입차 딜러의 속고 속이는 심리전을 표현했다. 특히 자신의 정체를 속이기 위해 반복하는 거짓말은 급박한 상황에 처해진 우리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의 매력을 십분 담는다.

미람, 서준영 주연의 ‘세컨 어카운트’는 세컨 계정을 통해 일회성 사랑을 즐기는 여자 인경(미람 분)이 세컨 계정의 룰을 잊고 SNS를 통해 만나게 된 따듯한 미소의 남자(서준영 분)에게 빠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인경이라는 인물은 현대인들의 고독과 외로움, 시니컬한 감정을 담아내 공감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권율, 김재영, 노수산나 주연의 ‘자각몽’은 3D 효과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해 눈길을 끈다. 꿈속 세계와 현실 세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안겨준다. 거기에 쫓고 쫓기는 꿈속 추격전과 트라우마에 맞서는 지섭(권율 분)의 드라마를 세밀하게 표현해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한국형 3D 영화라는 포부를 안고 등장한 ‘방 안의 코끼리’는 3D 영화를 주제로 내놓기에는 드라마적인 감성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각몽’을 제외한 두 작품은 오히려 3D 효과가 산만하게 느껴질 정도다. 인물의 감성이나 디테일, 스토리가 주요하다 보니 3D 효과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가기도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각 장르와 세 가지 색깔이 확고한 영화들이 한 작품 속에 녹아들고, 3D라는 제작 환경을 충분히 수행해냈다는 것은 분명 칭찬할 만한 요소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신선한 연출 기법 등 역시 관객들의 흥미를 얻기에 충분해 보인다. 3월 3일 개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