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적용 안되는 대부업법 개정안, 기존 계약자가 혜택 받기 위해선 재계약 필수

2016-02-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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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사 홈페이지]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 A씨는 지난해 12월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체를 통해 계약기간 5년, 연 34.9% 이자로 300만원을 빌렸다.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던 도중 최근 대부업 최고금리가 27.9%로 낮아진다는 소식을 듣고 업체에 문의했다. 그러나 A씨는 최고금리 조항이 시행되기 전에 돈을 빌렸다는 이유로 인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난 18일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27.9%로 하향 조정한 개정 대부업법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인하된 최고금리는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초에 시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A씨는 금리인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기존 계약자들에게도 낮아진 금리를 적용시키는 이른바 소급적용에 관한 부분이 개정안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업 개정안 시행 이전 대부업체에서 대출은 받은 이들이 낮은 금리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대환을 통한 재계약을 이용해야 한다. 개정법은 신규 계약과 갱신 및 연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앞서 언급한 A씨의 경우, 법 시행 이후 다른 대부업체에서 27.9% 이하로 돈을 빌려서 34.9%로 빌린 기존 대출을 갚으면 이자를 절감할 수 있다. 대부업 대출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추가 부담도 없다.

당초 소급효 적용 문제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가 법안을 발의하며 지난해 국회 정무위에서 논의됐지만 최종안에서는 빠졌다. 부진정소급효를 부칙에 넣게 되면 법안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산출한 이자경감 혜택인 7000억원 자체가 기존 계약자에게도 전부 적용된다는 가정 하에 나온 수치”라며 “소급적용이 되지 않으면 결국 이자경감 효과를 과장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가 어두운 대부업 이용자들은 이자가 낮아진 것도 모른 채 꼬박꼬박 고금리를 부담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개인신용대출의 신규계약과 연장계약 모두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말 상위 20개 대부업체 기준이다. 대부업체들이 최고금리 인하 전에 최대한 장기계약을 유도해 비싼 이자를 받는 계약을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신규계약의 경우 5년 이상이 전체의 50.4%를 기록했고 △1년~2년 6.4% △2년~3년 18.9% △3년~4년 20.0% △4년~5년 4.2% 등으로 나타났다.

연장계약도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5년 이상이 전체의 52.2%를 차지했고 △1년~2년 13.8% △2년~3년 12.9% △3년~4년 15.5% △4년~5년 2.3%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대부중개업자는 총 2106개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말 대비 4.4% 증가했다. 중개금액은 2조3444억원으로 동기 대비 45.3%, 중개건수는 54만2000건으로 33.5%나 늘어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중개업자들이 집중적으로 영업을 확대한 건 사실”이라며 “향후 수익 감소를 대비해 중개업자들이 난립하며 5년 이상의 장기계약 체결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영업이 확대된 건 사실이지만 기존 금리로 체결한 계약에 대해 소급적용을 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에 부합하지 않다”며 “당시 대출을 했던 사람들에게 지금처럼 낮아진 금리를 적용했다면 아마 대출이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에 따라 승인율이 변하는 만큼 상품의 질이 변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제 와서 대부업체들에게 짐을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어떤 법이든 소급적용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지난달처럼 입법공백으로 초래된 경우는 대다수 소급적용을 동의하는 분위기였지만 기존 계약 소급에 대해선 의견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업은 대출기간을 5년으로 계약하더라도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 통상 절반 이상이 1년 안에 상환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무엇보다 대환대출를 통해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길이 열려 있어 홍보를 통해 경감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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