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경제정책 밑천 드러낸 정부…또 추경에 목메나

2016-02-1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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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냉전…각종 경제정책 차질

하반기 추경 불가피한 상황…안일한 정책에 정부 신뢰 추락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의 립서비스는 원치 않으며 실천 가능한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 기업이 망하는 수준을 넘어 수천명의 고용 문제와 금융 문제까지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다 감안하고 (중단) 조치를 단행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희건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11일 정부에서 개성공단 폐쇄조치가 내려진 후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의 이날 발언은 대다수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불신이 가득하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 도발로 시작된 한반도 냉전이 개성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자연스레 정부가 올해 추진하려던 각종 경제정책도 차질을 빚는 모양새다.
 

[배군득 정치경제부 차장]

정부는 이번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후 우왕좌왕하고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껏 추진한 경제정책의 밑천을 다 드러낸 셈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어떠한 정책을 내놔도 기업이 움직일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그만큼 정부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 이사장의 발언만 미뤄봐도 기업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그의 발언에는 작심한 듯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립서비스’라고 말할 정도로 불신의 골이 깊다. 이같은 불신은 이미 정부가 한차례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에도 북한과 갈등으로 전면 조업 중단사태를 겪었지만 사실상 정부에서 지원 받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결국 정부는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을 보더라고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내놓은 1분기 경기부양책은 개별소비세 재인하로 ‘땜질처방’이라는 비난에 사로잡혔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정부는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 연휴에 두 차례나 긴급금융회의를 열면서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를 비웃듯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들이 정부를 비난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또 다시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2013년과 지난해 두 차례 추경을 단행했다. 상반기 조기집행을 추진하고도 하반기 경제를 살리지 못한 결과다.

지금 흐름대로라면 하반기 추경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대외변수를 해결하지 못하고 단기처방만 쏟아내는 정부 능력으로는 본 예산만으로 버티는 것은 역부족이다.

추경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그동안 경기부양 명목으로 투입된 추경으로도 한국경제를 살리지 못했는데 예산을 더 쓴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는 얘기다.

유일호 부총리는 추경에 대해 “현재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유 부총리는 한국경제가 올해 3.1%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기에는 1분기부터 험난한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유 부총리가 추경에 대해 “현재는”이라는 단서를 달은 것도 변수를 염두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반기 조기집행, 하반기 추경’의 공식이 언제부터인가 정부의 고정 사이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는 정부가 정책 고민을 하지 않고 ‘쉬운 길’만 본다는 의미다.

올해 한국경제는 박근혜 정부 들어 가장 힘든 시기로 꼽힌다. 그런데 정부는 벌써부터 정책부재로 부침을 겪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재정절벽을 겪고도 문제만 생기면 ‘추경’을 바라보는 안일한 정책은 정부 신뢰를 더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현장에서 정부를 믿지 못한다면 누구를 의지하고 투자와 고용을 할 수 있을까. 구조개혁을 앞세우는 정부가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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