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하고 싶지만 눈칫밥에…쇠찰상 없는 감옥 '단카방'

2016-02-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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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메신저를 이용한 업무지시가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어 사내의 건강한 메신저 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모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6)씨의 단체 메신저방은 무려 10개다. 고등학교 동창모임 등 친목도모 4개에 나머지는 업무용으로 개설됐다. 자신이 속한 마케팅 부서를 포함한 같은 직급 모임, 외부업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메신저 단체방이 퇴근 후 연장 근무로 이어지면서 직장인들의 고민 역시 늘어났다.

정씨는 "새벽에도 울리는 메신저 울림에 잠을 잘 때도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다"면서 "즉시 답하지 않을 경우, '왜 확인하지 않는냐'는 등 핀잔이 이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정씨를 비롯해 많은 직장인이 카카오톡·밴드·네이트온 등 개인 메신저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트소프트가 직장인 1632명(남성 671명‧여성 9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5 기업 내 업무 커뮤니케이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절반 이상(51.3%)이 개인 메신저를 업무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업무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사내 메신저(28.9%), 카카오톡(28.1%), 이메일(11.9%), 밴드(8.1%), 네이트온(7.4%), 라인(4.3%),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전화 등 기타(11.2%) 순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톡은 단체방의 폐해 사례가 이어지자 '단체방 초대 거부' 기능을 추가했다. 단체방을 나갈 시 '초대거부 및 나가기'를 설정할 경우 상대방이 재초대를 할 수 없으며 '이 채팅방에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는 친구는 초대에서 제외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그러나 업무로 이어지는 단체방의 회사원 스트레스 완화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회사원 김모(28)씨는 "초대 거부를 해놔도 상사 눈치를 봐 풀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의 단체방 스트레스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에티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급진적으로 발달한 메신저의 기술에 비해 메신저 문화 구축은 더디다는 것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메신저나 SNS 등 시공간에 대한 장벽이 없고 공과 사가 혼재돼 있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사회적 문제로 번지기 전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건강한 메신저 이용을 위한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필요할 시 법적 규율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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