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은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높은 가능성으로만 여겨졌던 이같은 상황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 30여년간 10%대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중국의 '바라기'로서 대중국 무역에 집중해왔고, 이에 따라 동반성장 해왔다.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 둔화, 중국증시 폭락, 위안화 평가절하 등의 요인과 함께 중국 기술력의 추격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국경제의 나침반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높아지는 중국발 리스크에 한국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19일 공개된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더욱 극명해지고 있는 중국의 경기침체 현상을 확인시켜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6.9% 늘어나는데 그쳤다. 중국 성장률이 7% 아래로 붕괴된 것은 1990년 3.8%의 성장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 GDP는 전년동기대비 6.8% 성장해 2009년 1분기(6.2%) 이후 거의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까지 9.7%의 높은 수치를 기록해온 중국의 GDP 성장률은 2012∼2013년 7.7%, 2014년 7.3%에 이어 작년에는 1∼2분기 7.0%, 3분기 6.9%로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은 중국성장률 전망치를 5%대까지 낮췄다. 7% 성장률을 유지하는 '바오치(保七)' 시대 종식에 이어 5% 성장률 수호를 목표로 한 '바오우(保五)'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게 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책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고 있어 경기 둔화 속도는 더욱 급격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세계적 경기둔화로 수출과 투자가 급격히 줄고, 소비여력이 약화된 가운데 지방정부의 과다 부채, 제조업 과잉생산, 부동산 거품 등 불안요소가 적지 않아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휘청이는' 한국경제...올해 3%대 성장도 불안
중국 경제성장 둔화는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25.7%나 되는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요소다. 중국 경기 둔화는 중국 내 수요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대중 수출에 의존해온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LG 경제연구원은 이날 '2016년 국내경제진단'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로 제시한 3%대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수요둔화와 중국의 성장둔화, 자원수출국 리스크(위험) 지속이 악재로 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1.0%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이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둔화에 가장 취약하다면서 내년까지 연간 GDP 성장률이 2.5%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답은 중국이 변했으니 한국도 이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 및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서비스 및 내수 중심으로 전향한 중국의 구조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산업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거시적으로는 장기적 안목의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이 필요하고 미시적으로는 서비스산업 육성 및 소비재수출 진흥책, 정보통신(ICT)의 융합을 통한 제조업의 혁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경제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통한 대응은 지금 상황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며, 장기적으로 체질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규제개혁과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내수 서비스산업의 성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향후 중국 성장률은 계속 떨어질 전망인 만큼, 이를 큰 위기로 보기보다 선진화 되는 중국 경제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는 중국 기업들에 대응해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많이 만들어서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이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 또한 대중 수출 전략을 기존의 가공무역 정책에서 소비시장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