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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번호이동 시장에서는 알뜰폰 가입자 유입보다는 유출세가 가팔라지면서 알뜰폰 고속 성장세는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29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번호이동 시장에서 알뜰폰 가입자 순증 규모(자사 번호이동 제외)는 1만9129명으로 처음으로 2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평균 5만명을 기록했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평균 3만명대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최저치를 보였다.
이에 반해 알뜰폰 사업자 간의 번호이동자 수는 증가세를 보인다. 알뜰폰 사업자 간 발생하는 번호이동자 수는 지난 3월 1만명대를 넘어서 7월 1만5000명을 돌파, 지난달은 1만7232명을 기록했다.
특히 알뜰폰 가입자들이 2013년부터 급격히 증가(2012년 말 127만명, 2013년 말에 248만명, 2014년 말에 458만명)했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2년 약정이 끝나는 가입자들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알뜰폰 사업자 간 가입자 확보 경쟁이 본격화 활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동통신사 중심의 유료방송시장 재편을 통한 결합상품의 현저한 경쟁력 차이로 사업자 간 희비는 크게 갈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장을 이끌었던 CJ헬로비전마저 SK텔레콤에 인수 합병되면서 시장확대를 견인할 선도 사업자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이동통신의 지배력을 기반으로 유료방송의 결합판매가 시장에 유효한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국내 알뜰폰제도는 해외 국가와 달리 매우 뒤늦게 도입됐다. 알뜰폰 사업자가 수익을 내기도 전에 통신사의 진입을 허용하고 도매대가 등 거래 조건이 유리하지 않아 그 도입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5년 알뜰폰 사업자의 전체 영업손실 예상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 계열과 중소 사업자를 나누어 살펴보면, 대기업 계열 사업자(10개)의 가입자 수는 325만9000명, 중소 사업자(28개)의 가입자 수는 258만9000명으로서,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각각 55.7%, 44.3%다.
대기업 계열 사업자 중에서도 이통 3사의 자회사 또는 계열사 가입자 수는 129만9000명(SK텔링크 84만, KTM모바일 29만, 미디어로그 16만),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22.2%에 달한다.
이 교수는 "CJ헬로비전의 경우 알뜰폰 이용자들의 결합상품 이용이 저조하다. 결과는 케이블 SO가 마케팅 능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케이블 사업자가 인수합병을 통해 가입자를 확보해도 이동통신을 포함한 결합판매 경쟁에서 현저히 불리한 조건에 처해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알뜰폰 업계는 사업자들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알뜰폰 사업자가 많아 아직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는 업체가 적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알뜰폰은 가입자 군을 확대해야 성장이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측은 여전히 정부의 지원 정책을 바라는 눈치다. 알뜰폰 사업자 관계자는 "아직 사업자들이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협회 측에서도 알뜰폰 점유율 15%가 될 때까지는 정부의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