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고속 성장을 의미하는 ‘신창타이(뉴노멀)’ 시대에 진입한 중국은 최근 지속가능한 성장 실현을 위한 신(新)성장동력 찾기에 적극적이다. 2025년까지 '세계의 생산공장'의 제조업대국에서 기술력과 혁신능력을 갖춘 제조업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도 이를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중국판 ‘인더스트리 4.0’으로 불리는 중국제조 2025의 핵심은 첨단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형태의 제조업 육성이다.
이는 과거 중국이 ‘12차 5개년규획(2010~2015년)’에서 유망종목으로 7대 신흥전략산업을 선정한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당시 신흥전략산업에는 △신에너지 △ 신소재 △정보산업 △의약산업 △ 바이오산업 △ 친환경 녹색산업 △ 전기자동차 등이 포함됐다.
LED 조명시장이 싹트고 뿌리를 내릴 중국 조명시장 자체가 최근 막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올해 중국 조명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13.16% 증가한 335억3000만 달러(약 39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세계 조명시장의 20.7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조명 5개 중 하나는 중국에서 ‘반짝’ 이고 있다는 의미다.
2020년에는 484억 달러까지 시장이 커지고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도 23.4%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성장률도 10%로 세계 평균의 두 배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거대한 시장에 둥지를 틀고 미래의 '대체품'으로 등장한 LED가 친환경, 에너지절약, 신성장동력 등 시대적 파도를 타고 빠르게 시장 파이를 확대할 것임은 거의 확실하다.
중국 당국이 지난 2011년 ‘점진적 백열등 사용축소 계획’을 발표하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00W, 75W, 40W와 60W 백열등의 판매를 순차적으로 금지한 것도 긍정적이다. 오는 2016년 10월1일 백열등 전구 사용 전면금지도 예고돼있다.
LED조명은 조명의 ‘불을 밝히는’ 기본 기능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큰 시장 잠재력이 엿보인다. 앞서 2013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015년 중국 LED조명 시장이 100억 달러에 육박하고 2020년 22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뿐 아니라 해외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국은 현재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현재 LED 조명 수요가 큰 시장은 일본, 중국, 유럽과 미국이다. 일본이 전체 시장의 33.08%를 차지하며 가장 큰 시장을 형성했고 중국이 그 다음이다. 지난해 중국 LED 조명시장의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은 20.17%로 전년도의 18.68%에 비해 소폭 늘었다. 그 다음을 19.85%의 유럽과 18.97%의 미국이 뒤따랐다. 올해 세계 LED 조명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4.8% 성장한 299억800만 달러(약 34조6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 시장은 '반짝'이는데 업계는 '신음'
중국 LED 조명시장과 업계는 성장과 잠재력의 황금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LED 업체의 실제 상황은 장미빛과는 거리가 멀다. 시장 전체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업계 내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업 이윤 창출의 공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낙관적인 시장전망에 대한 기대,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 진입문턱 등이 시장진출 업체 수를 급증시켰고 이에 따른 출혈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수 많은 중국 LED업체가 앞다퉈 '저렴한 가격'을 승부수를 걸고 나서는 것도 LED 조명 시장의 치킨게임을 초래했다.
사실 LED 조명은 상당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다. 일반 조명보다 수명이 길고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반응속도도 빠르지만 크기는 작다. 오염도 유발하지 않는다.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뒷받침되야지만 고품질의 LED 조명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확보된 특허기술이 적고, 해외기술 도입의 문턱을 넘기 힘든 중국 LED 조명업체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조악한 제품을 양산하고 '초저가'를 경쟁력으로 시장 장악에 나선 상태다. 계속되는 가격 낮추기 경쟁과 함께 시장파이 분할이 지속되면서 승자없이 모두가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LED조명 시장이 ‘황금알을 낳을 것’임을 인지한 기업의 신규진출과 생산설비 확대가 줄을 이었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중국 LED칩(여러 개의 LED를 넣어서 불빛을 밝히는 제품)의 가용 생산력은 무려 10배가 늘었다. 시장이 크는 속도를 앞서 생산설비가 확장되면서 생산과잉 문제까지 불거졌다. 최근 LED가 조명 외에 다른 분야에도 활용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조금 올라선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LED칩 가격도 2010년 대비 5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올 상반기 중국 LED 조명 시장 적자기업은 무려 579곳으로 평균 순익 규모가 전년 동기대비 22.18%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전체의 누적 적자규모도 12억1500만 위안(약 2217억원)으로으로 전년 동기대비 9.75%가 늘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정보과학부 격)는 현재 중국 LED 업체가 직면한 문제로 △해외수요 둔화 △ 저가 대량생산에 집중된 동질형 발전 △ 특허권 부족과 해외기술 도입 및 응용의 어려움 △ 소수 기업에 자금투자 집중과 양극화 심화 △ 기술 및 전문관리 인재의 부족 등을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 첨단기술 개발 장려 △ 업계를 선도하는 대표 기업 육성 △ 차별화된 제품 출시 △ 별화된 경영전략 마련 △ 서비스 수준 제고 △ 첨단기술력 갖춘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의 조명과 관련 기술, LED 관련 소식을 전달하는 세계LED망(www.ledtimes.cc)는 올해 중국 LED시장의 흐름을 아래와 같이 요약했다.
우선 인수합병이 늘어난 것을 꼽았다. LED 전체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수요도 늘어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윤창출 공간이 줄어든 현실이 그 배경으로 언급됐다. 경쟁력이 약한 기업은 도태되고 ‘대어’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 구조 조정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7개 주요 LED 상장사 중 76%가 인수합병 계획이 있다고 선언했고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LED 조명의 생산공정, 수출, 판매 등 각종 루트와 방식이 달라지고 스마트 조명이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도 지적됐다. ‘스마트 홈’ 개념의 등장과 함께 휴대폰이나, 어플리케이션(APP)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조명의 상용화가 빠르게 추진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