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권 출마 선언 이후 최초로 '힐러리노믹스'라는 이름의 경제공약을 공개했다. 미국 금융 중심지 월가와 대기업에는 규제의 고삐를, 서민 살림살이에는 향상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경제공약을 통해 중산층 표심 굳히기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스쿨대에서 연설을 통해 중산층 소득 향상 및 월가 규제를 골자로 한 경제공약을 제시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은 그들이 힘을 모아 창출한 대기업들의 막대한 이익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노사간의 이익 공유를 주장했다. 이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도전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을 위해 소득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클린턴 전 장관은 특권층이 막대한 부를 가져가는 월가에 대한 규제강화 및 법인세제의 광범위한 개혁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월스트리트의 과도한 위험에 고삐를 조일 것이며 보통 일반 투자자들을 위한 주식시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월가와 대기업 등 이른바 기득권 세력에 대립각을 세우며 절대 다수인 중산층의 표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의 경제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더 많은 근로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부시 전 주지사의 발언을 상기하면서 "그는 많은 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지 못했음이 틀림없다. 그들은 강의가 필요한 게 아니라 임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에 대해서도 "스콧 워커 같은 공화당 주지사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고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며 "그들의 (노조에 대한) 공격은 비열하고 엉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연설을 통해 출마 당시부터 중산층 공략에 초점을 맞춰온 힐러리의 대권 노선은 한층 더 윤곽이 뚜렷해졌다.
미 언론은 클린턴 전 장관이 이날 경제구상 공개를 시작으로 향후 몇 주간 노동력 참여 증대와 기업이익 공유, 지속 가능한 장기적 비즈니스 장려를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과 취학 전 아동의 보편적 교육, 소득재분배를 위한 자본이득세 도입 등을 담은 '힐러리노믹스'의 또 다른 구체적 전략을 선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클린턴 전 장관 대변인은 오는 15일에는 2016년 미국 대권 레이스 후보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주요 펀드레이저(모금전문가)의 명단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