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한인 가정 ‘명문대 올인’,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15-06-1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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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학생 명문대 중도 포기 많은 이유 돌아봐야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박요셉 기자 = 지난 며칠 동안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시선은 온통 ‘한인 천재소녀의 일탈’ 사건에 쏠려 있었다. 이 일에 대해 한인들은 대부분 “자녀들에 대한 지나친 교육열이 부른 예견된 비극”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몇해 전 컬럼비아대학 박사 논문에서 미국 명문대 한인 학생들의 높은 중도 포기율을 조사해 크게 화제가 된 일이 있다. 1985년~2007년까지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코넬 등 아이비리그 대학과 스탠퍼드, UC 버클리 등 14개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 학생 1,400명을 분석해 나타난 결과다.

논문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784명만이 졸업을 했으며 나머지는 중간에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대학의 평균 중퇴율 34%보다 훨씬 높으며, 유대계 중퇴율 12.5%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되고, 인도계 21.5%, 중국계 25%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다.

후속 연구에 의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약 7년 이상 지난 지금 이 문제가 더 하면 더 했지 나아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학들은 모두 엄격한 학사 일정과 수준 높은 교육과정으로 유명하다. 혹독한 공부를 이기지 못하는 학생들은 중도에 탈락할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소수 명문대학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주요 주립대나 사립대 진학 후 학업을 감당하기 어려워 하는 한인 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문제가 계속되다보니 일부 명문대들에서는 입학 사정에서 아예 한인 학생들의 선발을 꺼린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들린다.

워싱턴 지역의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 전문가는 이런 문제가 대부분 한인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자신의 의견이 자칫 한인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비난하는 것으로 보일지 몰라 조심스럽다며 의견을 전했다.

그는 한인 부모들의 이런 행태가 미국에 이민 와 힘들게 고생한 모든 보람을 자녀의 명문대 입학으로 보상받으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많은 한인 부모들이 학원, 과외 등에 지나치게 의존해 정작 중요한 학생의 인성, 창의력 등을 키워주지 못하고 오직 점수경쟁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대학, 특히 상위권 명문대에 진학한 후 미국식 엘리트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학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랭킹이 높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다보니 학생의 소질, 적성, 능력은 무시하고 무조건 대학 이름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학생 자신의 욕심도 작용하겠지만 대부분 부모 욕심 탓에 하다못해 추가합격을 기다리더라도 보다 랭킹 높은 대학 진학을 꾀한다. 부모의 이런 욕심에 등 떠밀려 진학한 학생들은 자신에게 지나치게 버거운 학교 공부 탓에 힘들어 하며 부모를 원망하는 일까지 생긴다.

한국 학생이 많은 버지니아 페어팩스 지역 고등학교의 한 상담교사는 “입시 상담을 하다보면 한인 학부모들이 다른 조건보다 유난히 대학 이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집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진학한 학생 중 일년이나 이년 후 편입을 위한 추천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원래 입학한 학교보다 랭킹이 많이 낮은 학교로 편입을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한인 학부모들이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라며 모든 희생을 감수하며 고생을 한다. 그런데 그들의 방식이 과연 자식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반대로 불행하게 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해서든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생각이 진정 자식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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