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술을 좋아하지 않던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깊은 관심을 가졌던 술은? 마오쩌둥이 오랜 친구이자 벗이라 묘사했던 김일성에게 보낸 선물은? 저우언라이(周恩來)가 남·북한 휴전협정을 위한 제네바 회의에서 소프트 외교를 펼치도록 도와준 무기는? 홍콩 주권 반환 후 연회에서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를 홀렸던 것은?
이 모든 사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주인공은 중국 문화와 역사를 담은 신수(神水), 중국 ‘국주(國酒)’로도 불리는 마오타이(茅台)주다. 이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바이주 업계의 1인자가 바로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다.
하지만 최근 마오타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몇 년간 매서운 추위와 싸우며 구조조정을 거듭하면서 마오타이 실적 개선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 이와 함께 '마오타이의 봄'이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마오타이의 매출은 전년 대비 3.69% 증가한 322억1700만 위안(약 5조5465억원), 순익은 153억5000만 위안으로 동기대비 증가폭이 1.41%에 그쳤다. 주목해야할 포인트는 4분기 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00억4400만 위안으로 동기대비 무려 10.76%, 순이익도 14.5% 급증한 46억57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다시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21일 공개한 올 1분기 실적에서도 마오타이의 회복세는 뚜렷했다. 1분기 마오타이 매출은 85억44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14.69%, 순익은 43억64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무려 17.99% 껑충 뛰었다. 시장도 마오타이의 급성장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엄동설한'은 확실히 끝났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중국 증시의 고공랠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도 대형 우량주에서 기반이 튼튼하고 성장성이 있는 잠재적 우량주로 옮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마오타이 주가도 상승곡선을 타는 분위기다. 지난 16일 10% 가량 급등하며 7년만에 첫 상한가를 치더니 21일에도 상한가를 기록, 22일에는 2.5% 상승한 263.89로 장을 마감했다. 27일에는 장중 한때 주가가 267위안을 넘어섰다.
마오타이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시장타깃 조정과 중산층 증가에 기인한 소비패턴의 변화가 언급된다. 사정바람에 고가 바이주 매출이 급감하자 마오타이는 ‘고급화’를 버리고 중산층을 공략하는 ‘대중화’의 길을 택했다. 부자와 고위공직자만 마시는 술이 아니라 누구라도 마실 수 있는 좋은 술로의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중국 고속성장과 함께 중산층이 급증하면서 소비패턴이 ‘생계형’에서 ‘향유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시도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마오타이주 제조의 기원은 무려 2000여년 전인 한(漢)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35년 한무제(武帝)가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에서 가져온 술을 칭찬했다는 이야기에서 마오타이가 등장한다. 공식적인 제조역사만 800년이 넘고 청(淸)대에는 연간 생산량이 무려 170t에 달했다. 중국의 역사와 중국인의 삶이 녹아있는 중국 대표 전통주다. 이는 마오타이의 정통성과 품질, 이에 따른 수요를 긴 세월이 보증한다는 의미다.
안정적 성장세도 꾸준히 유지돼왔다. 지난 2005년에서 2013년까지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6.7%, 순익증가율은 33.1%를 기록했다. 이후 성장률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둔화색이 짙어졌지만 지난해 말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 한 상태다. 마오타이에는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바이주업계 전반은 아직 해동되지 않았다는 것도 한 발 먼저 경쟁우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난 1999년 설립된 구이저우마오타이는 마오타이주를 생산하는 중국 최고의 바이주 생산업체다. 주류 및 금융분야 자회사 20곳을 두고 있는 구이저우성 소속 국유기업, 구이저우마오타이지우창(酒厰)유한책임공사의 자회사로 지난 2001년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