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2015-04-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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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용 지음 ㅣ 동녘 펴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염세주의 철학은 삶이 공허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삶에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말라는 지혜를 심어준다. 쇼펜하우어는 삶에 연연할 때 그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생존에만 연연하기 때문에 우리는 물을 담을 수 없는 체로 물을 긷는 지옥에 떨어진다." 지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안 되는 것에 얽매일 때 그곳이 바로 지옥이다. 지옥은 언제나 곁에 있다."('1장 유한성에 대하여' 중에서/ p.22)

 독일 염세주의 철학의 대가 쇼펜하우어가 노년에 집필한  '인생론'으로 되짚어보는 삶에 관한 철학에세이다.
 '인생론'은 괴테, 니체, 릴케, 프로이트 등 후대의 학자들이 애독하며 쇼펜하우어에게 큰 명성을 가져다준 대표작이다.

저자는 염세주의를 피상적으로 이해해온 세간의 인식에 개탄하며 바로잡기를 시도한다. 

 "삶이 힘들 때 위안이 되어주는 이는 많지 않다. 철학 역시 마찬가지다. 위안을 주는 철학은 드물다. 쇼펜하우어의 글에는 힘이 있다. 그의 잠언들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을 찾는다. 그의 오아시스처럼 고독한 말은 해묵은 갈증을 채워준다.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때로 모든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때 도움을 주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글이다. 염세주의 철학자가 들려주는 잠언에는 전혀 새로운 구조로 세워진 지혜가 담겨 있다.'('들어가는 말' 중에서/ pp.7~8)

 염세주의는 현실의 무가치를 가르치는 철학이다. 하지만 그것이 염세주의 철학의 궁극적 목적은 아니다. 염세주의 철학의 묘미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다가가는 훈련에 있다.

 인생의 허무함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비결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염세주의 철학이다.

 쇼펜하우어는 '삶은 고통'이고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계는 악마의 주조물로 본다. 고통으로 가득한 악마가 만든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처연하고 허무하다.

 이러한 염세적인 현실인식은 쇼펜하우어 철학의 근본 기조를 형성한다. 쇼펜하우어는 순진한 태도로 현실을 긍정하지 않는다. 칸트가 말한 계몽의 표어, 감히 "네 이성을 사용하라Sapere aude"는 문안에 착안해 녹록치 않는 현실을 오롯이 인정하고, 철저히 절망할 것을 권고한다.

 "고통이 없는 상태를 원하는 것은 이와는 다르다. 금욕고행을 하는 사람도 가지고 있는 욕망으로, 밖으로 향하는 욕망이 아니라 안으로 향하는 욕망이다. 여기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사물에 관심을 두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 내면에 관심을 쏟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고통의 원인을 추궁하는 방식이며 순수한 인식을 이끌어내는 욕망이다."('6장 고통에 대하여' 중에서/ p.208)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곡해된 쇼펜하우어 철학의 위상을 바로잡고, 맹목적인 자본 숭배의 사회 풍조에서 인간적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인식의 자유를 설파한다. 괴테의 문학, 릴케의 시, 니체의 단편, 바그너의 서신, 헤세의 소설 등 쇼펜하우어 사상에 영향을 받은 후대의 걸출한 예술 작품을 통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쇼펜하우어의 주장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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