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올해 최대 과제로 노동시장 개혁을 꼽은 바 있다. 일명 ‘장그래’로 불리는 이 땅의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뽑아든 셈이다.
정부는 이처럼 왜곡된 노동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 3월 대타협이라는 시한을 정했다. 다가올 총선을 고려했을때 이 기간이 노동시장의 새 변화를 꾀하는데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3∼4월은 구조개혁을 위한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여러차례 강조하며 이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반드시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전문가들 역시 대타협에 앞서 노동양극화의 올바른 해법찾기가 선행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노동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의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비정규직은 607만7000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32.4%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이 중소기업, 여성, 고령층에 집중되는 등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이중적 고용관행은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임금 근로자의 608만명이나 되는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64%에 불과한 실정이다.
장그래로 대변되는 청년층의 고용불안도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청년 실업자 수를 보면 48만4000명으로 2001년 3월(49만9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보이면서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경직된 우리나라의 고용 유연성은 해외 나라와 비교해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고용시장 유연성 순위는 2000년 58위에서 2003년 81위, 2012년 133위로 급락했다.
이 외에도 국내 노동시장은 불필요한 야근 등 고비용 저효율의 일하는 방식, 일·능력·성과와 괴리된 보상체계, 고용·근로조건 조정의 유연성 부족, 단기 비용절감 위주의 경영관행에 따른 경직된 인적자원 운용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노동시장 문제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노동시장 구조개선’ 카드를 꺼내들었다. 비정규직 보호와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과 고용문제 개선 등 포괄적인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노·사·정 합의가 진통을 겪으면서 대타협에 대한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년 일자리 창출,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도 기한 내 높은 수준의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고용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노조의 양보뿐 아니라 정부 부처간 협업, 일관된 중장기 정책, 정치권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정부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노·사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이번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라면서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우선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