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1999년 1월 11일 오후, 미술계에 비보가 전해졌다. 구상조각가로 명성을 떨치던 류인이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간경변이었다. 당시 나이 43세. 그는 '요절한 조각가'로 한국현대조각사에 기록됐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그가 간지 15년. '류인 작고 15주기 기념 개인전'이 오는 20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린다.
그가 천착했던 '불안 그리고 욕망'을 타이틀로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초기작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모두 21점이 나온다.
'부활-조용한 새벽', '파란II', '급행열차-시대의 변', '지각의 주' 등 대형 작품과, 조각과 설치작업을 결합한 '황색음-묻혔던 숲' 등을 볼수 있다.
강렬한 인체 묘사와 연출적인 장면이 더욱 압도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극적 장면으로 재구성한 독특한 연출이 돋보였다.
"인간의 모습은 나의 사고를 전달하는 최적의 도구입니다. 관객과 불필요한 설명없이 명료하고 정직하게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들 류인은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한게 힘이됐다. "물감은 지독한 냄새가 나지만 흙은 피부로 호흡할수 있어요." 강한 자의식과 흙에 대한 본능적 욕구로 조각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요즘말로 스펙좋은 집안출신이다. 아버지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류경채(1920~1995)이고 어머니는 희곡작가 강성희(1921∼2009)이다.
상복이 터진 남자였다. 홍익대 조소과를 나와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중앙 미술대전 특선, 문체부가 수여한 ‘오늘의 젊은 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천재조각가, 스타 조각가로 부상했다. 하지만 잦은 음주와 지병인 결핵과 관절염, 간경화는 그를 무너트렸다.
작품은 영원불멸이다.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힘이 넘치고 전율케한다. 고통과 고뇌의 늪을 건너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의지가 표출되어 있다.
인간(작가)이 본연적으로 갖고 있는 삶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근원적인 불안, 울분, 컴플렉스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강해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생전 그는 "조각은 일단 보여줘야 한다". 보는이와 함께 숨쉴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각을 보고 있으면 자연히 그속에서 터져나오는 느낌, 말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내 이웃의 고통과 동 세대의 갈등을 계속 작품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깨우침이며 살아있음의 확인이다"
서울의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에선 작가가 생존 당시 직접 주물을 뜬 초기작으로 미술대전 수상작인 '심저'가 전시된다. 천안 아라리오갤러리는 20일 전시개막과 함께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5층 문화홀에서 '불멸의 천재 조각가 류인을 말하다'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최열, 최태만, 조은정, 김준기, 김종길평론가가 패널로 참여한다.전시는 4월 1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