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다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양국간 금융시장 개방 확대가 논의되고 있어 이같은 추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계 은행들에 비해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계 은행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매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은 중국·중국건설·중국공상·중국교통·중국농업은행 등 모두 5곳으로, 이들은 11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이들 5개 중국계 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1435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1042억원)과 비교해 3년새 40% 가깝게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 은행들의 중국법인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순이익이 반토막난 상황이다.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는 올 3분기 13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70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것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12년(275억원)과 비교하면 50% 가깝게 감소한 규모이다.
중국우리은행은 올 3분기까지 순이익 5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3분기(64억원) 대비 16% 감소한 액수다.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는 같은 기간 순이익이 169억원에서 151억원으로 11% 남짓 떨어졌다. 2012년 말 설립된 국민은행중국유한공사는 지난해 3분기 19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 들어 3분기 현재까지 76억원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중국계 은행들과 비교해 한참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선정한 글로벌 1000대 은행을 보면 중국공상은행과 건설은행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외에 100개가 넘은 중국계 은행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금융사는 50위 안에 드는 곳이 단 하나도 없다. 그나마 KB금융이 가장 높은 68위에 불과하다.
한·중 FTA 체결로 양국간 금융시장 개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여 이러다가는 안방을 중국계 은행에게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금융사들의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콘트롤할 필요도 있다"면서 "예를 들어 국내 은행 혼자서는 해외 은행을 M&A(인수합병)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 여러 은행들로부터 공동 투자를 받아 인수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