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 인기 비결] ④ 세계 최고의 무대가 되기 위한 과제

2014-11-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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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관전 문화 달라지고, 경기위원 ‘오판’ 사라져야…선수들은 인터뷰·세리머니 등 세련되게…‘질적 수준 향상’ 서둘러야 인기도 따라와

 

지난 8월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한화금융클래식 3라운드에서 장수화가 트러블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25개가 치러진다. 지난주까지 24개가 소화됐고 14∼16일 열리는 조선일보·포스코챔피언십만 남았다.

올시즌 KLPGA투어는 어느 대회를 막론하고 많은 갤러리들이 몰려들었다. 챔피언조에는 페어웨이를 따라 갤러리들이 즐비한 모습이 일상화되다시피 했고, 1,10번홀 티잉 그라운드와 9,18번홀 그린 주변에는 까치발을 해야 선수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골퍼들이 찾아왔다. 올해 14개의 대회를 치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와는 대조적이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와 여자프로골퍼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지금과같은 인기를 계속 누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시리즈로 짚어본다.

한국여자프로골프는 지금 전성기다. 선수들의 기량, 대회 수, 스폰서나 갤러리들의 참여 의지, 중계 여건 등에서 미국·일본 LPGA투어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대회 때 선수들의 티오프 시각을 오전·오후로 구분하면서 플레이 속도가 빨라졌다. 악천후 등의 변수가 없는한, 한 라운드를 마치는데 4시간30분정도 걸린다. 플레이가 조금 늦어졌다싶으면 선수들 자신부터 발걸음을 빨리 하거나 뛰기도 한다. 불과 몇년전 18홀 플레이에 5시간이나 5시간30분 정도가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금석지감이다.

그런데도 한국여자프로골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 몇 가지 필요한 점이 짚인다.

먼저 갤러리들의 관전 문화가 더 성숙돼야 한다. 선수들이 플레이하는데 사진을 찍거나 휴대폰 통화를 하고, 바로 근처에서 이동하는 일 등은 삼가야 한다. 갤러리들의 관전 문화가 향상될 때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다. 이 부문에서는 KLPGA투어가 미국·일본 LPGA투어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

갤러리나 스폰서, 팬들의 성원에 부응하는 자선·사회 공헌활동이 필요하다. 대회를 앞두고, 또는 대회 기간에 인근 주민이나 불우 시설을 찾아가 봉사하고 자선활동을 벌이는 것은 미·일 LPGA투어에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KLPGA투어도 최근엔 많이 달라졌으나 미흡하다. 코스 파악을 위한 연습라운드에 분주하고 프로암대회에도 나가야 하는 사정을 알지만, 그래도 짬을 내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더 필요하다. 그것이 골프에 대해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골프 인구를 늘려 결국 프로골프를 살지우는 길이다.

선수들은 또 스윙 연습 못지않게 인터뷰 기법이나 갤러리(팬)들을 대하는 방법, 우승했을 때의 세리머니, 실수했을 때의 몸가짐 등에 대해서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큰 대회에서 우승해 국내외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데 ‘예, 아니오”식의 단답형 대답은 선수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소 ‘내가 우승할 경우 이런 질문이 나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는 식으로 리허설을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또 갤러리나 카메라를 향해 득의의 제스처(두 손가락에 의한 V 사인)를 할때 영국과 영국 연방권에서는 손등이 상대를 향하면 큰 욕이 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지의 투어로 진출하면 그 곳의 문화를 익히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대회에서는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를테면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 정상급이고, 대회를 관전하는 시청자(갤러리)들의 눈높이는 향상되는데 비해 경기위원들의 운영 행태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지난 2일 끝난 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 벌어진 일은 좋은 사례다. 당시 선두를 달리던 박신영이 14번홀(파 5) 그린에서 1벌타를 받았는데, 이는 2벌타의 오심이라는 것이 대다수 골프규칙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신영이 그린에 리플레이스한 볼이 바람 때문이었는지, 경사 때문이었는지 저절로 움직였다. 박신영은 움직이고 있는 볼을 집어들었다. 이 경우 골프규칙 1-2에 의거해 2벌타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경기위원회에서는 박신영이 “우연히 볼에 손댔다”며 1벌타를 부과하는데 그쳤다. 이에 더해 볼을 집어든 곳이 아니라, 원위치(볼마커가 있던 자리)에서 다음 플레이를 하라는 판정까지 내렸다. 세계 정상급 투어의 경기위원답지 않은 판정이었다. 박신영이 챔피언 허윤경에게 2타 뒤진 공동 4위를 차지했기에 망정이지, 박신영이 우승했더라면 ‘오판 논쟁’은 더 격화됐을 것이다.

이같은 오판 논란은 지난 8월 한화금융클래식 때에도 있었다. 장수화가 그린 주변의 깊은 러프에서 언플레이블 볼 처리를 한 후 홀∼볼의 후방선상에 드롭하는 옵션을 택했다. 경기위원은 드롭지점으로 페어웨이를 지적해주었는데, “그 지점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었다.

KLPGA투어는 양적 성장에 버금가는 질적 수준을 갖출 때 비로소 세계 정상급 투어가 되고 지금과같은 인기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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