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사람 냄새 풀풀나는 행복도시 만들 것… 덩치값 한다는 말 좋아"

2014-11-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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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유수지 생태공원 등 기피시설 주민 소통공간으로 탈바꿈

[사진=영등포구 제공]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흐르는 강물을 따라 세월을 돌고 도니 삼십년을 하루처럼 마음 다해 사랑했다. 막막한 인생 싣고 무작정 떠나 보니 기차가 멈춘 여기. 아~아~아~, 사랑한다 눈물의 영등포 역전 오늘도 희망 찾아 걷는 사랑하는 나의 영등포."- 노래: 나의 영등포(작사 조길형, 작곡 정원수) -

지방의회 4선 의원, 구의장 2회, 민선 5·6기 재선 기초단체장. 조길형(57) 영등포구청장을 줄곧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 이외에 20대 청년 시절부터 조용히 정당 생활을 이어왔으므로, 정치 경력은 어림잡아도 35년에 육박한다. 중견 정치인에 속하는 셈이다.
주위에서는 지금껏 여섯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한 차례도 패배 전력이 없어 '더 큰 물에서 놀라'며 가끔 농담이 섞인 진담을 건네기도 하지만 조 구청장은 귓등으로 흘려 듣는다. 영원한 '영등포맨'으로 자신을 지역수장 자리에 앉힌 구민들의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 때문이다.

앞서 민선 5기 4년간 동네 곳곳을 누빈 거리가 얼추 10만㎞에 이른다고 한다. 대략 지구 세 바퀴 가량을 돌았다는 것인데, 이는 현장행정과 소통을 중시하는 조 구청장의 구정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양말과 구두는 대체 몇 켤레나 갈아신었냐?"는 물음이 언제나 즐겁기만 한 조길형 구청장의 민선 6기 행보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 사람 덩치값 하네' 말 가장 듣기 좋아"

조길형 구청장은 멀리에서도 쉽게 눈에 들어온다. 키 186㎝, 몸무게 100㎏의 거구로 시선을 끈다. 그렇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달리 섬세하고 순수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 사람 덩치값 제대로 한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단다. 자칭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시골 촌놈'이 서울에 올라온 것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구청장은 "모두 어려웠던 시절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거리를 구하러 무작정 상경했다. 맨 주먹 빈 몸이지만 꼭 성공해 금의환향한다는 꿈에 부풀어서 기차를 타고 처음 내린 곳이 바로 영등포역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당시 영등포는 번화가였던 탓에 자리를 잡기 힘들었다. 그래서 잠시 옆 마을에 살다가 1980년 영등포에 둥지를 틀었고 올해로 만 34년째가 됐다. 과거 의욕적으로 임했던 것이 신길동 자율방범대원 봉사활동이다. 단지 열혈청년들이 모여 내 마을은 내가 지키겠다는 의기 하나로 시작한 게 점점 성과가 나타나 결국 구(區) 최초의 자율방범대를 탄생시켰다.

이 같은 결실로 1994년에 제1회 용감한 구민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조길형 구청장은 "(내게)봉사하는 기쁨을, 그리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하는 것에서 얻는 보람을 가르쳐줬다. 가문의 영광상 제1호가 뭐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이 상을 선택할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조 구청장의  '마루' 행정론이란?   

영등포구는 '마루다'라고 정의하는 조 구청장은 "멀지 않은 옛날에 마루가 가족 구성원과 이웃의 소통의 장소였다. 그랬던 마루가 집이 현대화되고 개인주의는 만연하면서 결국 공동체의식 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영등포구는 좋은 일이 있을 때, 슬픈 일이 있을 때 함께하며 축하해주고 위로하는 '사람 냄새 풀풀나는 행복도시'이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2010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해 구청장으로 일하며 아직도 노력 중인 게 있다. '사랑'이라는 표현을 일상에서 자주 쓰는 것이다. 이 말을 주거나 받을 때 잠시 쑥쓰럽고, 낯간지러울 수 있지만 사랑은 표현하고,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게 되면 그게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아침 출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직위와 나이를 떠나 "안녕하세요" 대신 "사랑합니다"란 인사말을 건네는 이유다.

소통은 경청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조 구청장의 신념이다. 그래서 구청장실은 항시 열려 있고 희로애락을 의논하려고 찾는 민원인들로 항시 붐빈다. 심지어 2012년 9월에 재개발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LPG 가스통을 들고 방문하기도 했다. 순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정공법으로 가야겠다고 판단, 집무실에 둘러앉아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험악한 분위기가 사라졌고 양보와 조율로 서로간 오해를 풀어, 이견은 금새 일단락됐다고 한다.

조 구청장은 전통시장에서 진한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다며 요즘도 가끔 발걸음을 재촉한다. '노점상의 희망' '삶의 활력소' '지역경제 활성화' '직원간 화합'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다고 일컫는다. 구청 전 부서가 참여하는 '전통시장 가는 날'을 분기별 1회 이상으로 정해 장바구니를 들고 나서고, 기업과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홍보도 벌인다.

◆양평유수지 생태공원 등 추진...혐오시설의 대변신

조 구청장에게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을 꼽으라면 단연 자원순환센터와 양평유수지 생태공원 두 가지를 든다. 이 둘의 공통점은 과거 기피시설이라 인식되던 곳을 '찾아오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자신이 직접 둘러보고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가 팽배한 지역주민들의 고정관념을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로 바꾼 획기적 아이디어다.

구 자원순환센터는 단순하게 말하면 쓰레기 처리작업장이다. 관내에는 산이나 외곽의 공유지가 없는 특성으로 주택가 인근에 부득하게 자리해 악취와 소음 등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성산대교 아래 공터로 장소를 옮겼으나 이때도 각종 문제가 불거졌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도출된 것이 친환경적 설비와 자원회수, 복지 등 복합기능의 자원순환센터다.

성산대교 아래 2만8460㎡ 부지에 일반·음식물쓰레기 적환장, 재활용선별장, 재활용품전시장, 대강당, 탁구장, 북 카페, 미화원휴게실, 장난감 도서관, 텃밭 등으로 구성됐다. 청소시설의 일일 처리량은 293톤에 연간 약 9만톤이다. 재활용선별장의 경우 자원의 회수율 증가와 함께 처리비 절감, 일자리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뒀다.

양평유수지는 본래 홍수량의 일부를 담아두는 곳이다. 여름철이면 해충이 발생하고 나쁜 냄새가 나기 일쑤였다. 본래의 저수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악취 발생은 저감하고 자연생태계를 복원해 휴식공간으로 거듭났다. 다양한 수생식물을 식재해 아름다운 생태습지로 변모했고, 높이 1~5m 정도의 순환 보행데크는 탐방기회를 준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구민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꺼리거나 피하려는 시설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우리생활에 꼭 필요한 만큼 보이지 않게 숨기기보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주민들이 즐겨찾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사진=영등포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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