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주변 4강 리더십 비교 분석 리포트

2014-11-0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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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우크라이나 사태,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 ‘이슬람국가(IS)'의 등장에 이르기 까지 전 세계는 그야말로 혼돈의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국제 문제 해결사’를 자처했던 미국의 파워가 예전 같지 않으며,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오바마가 패배함에 따라, 미국의 구심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주요 강대국과 지도자간 역학관계의 중대 변수 중 하나인 진정한 리더십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혼돈의 국제질서 속 흔들리는 리더십의 현 주소와 과제를 4대 강국 지도자들의 리더십 조명을 통해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① 오바마의 리더십, '협력’에 초점... 무능 비판 초래하기도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한 마디로 말해 ‘다자적 협력’으로 요약된다.

2009년 1월, 미국 건국 이후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설사 “리더십이 부재하고 미국의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는 등 정치적 악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다자적 협력’ 리더십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다.

‘다자적 협력’과 함께 세계 경찰국가로서 국제문제에 단독으로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도 이전 대통령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리더십의 특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리더십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정치적 성향보다는 집권 과정에서 그가 처했던 국내ㆍ외 상황에 기인한 측면이 더 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건국 이래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2008년 가을에 발발해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로 인한 민심 이반이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발 금융위기를 수습해 나락으로 떨어진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 위기로 확산된 상태였기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해 국외적으로는 세계 각국과, 국내적으로는 야당 등 반대파들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다자적 협력’ 리더십은 최소한 지표상으로는 미국 경제 회복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 9월 미국 실업률은 5.9%로 지난 2008년 7월 5.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 역시 전기 대비 연율로 올 2분기 4.6%, 3분기 3.5%를 기록해 건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국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현재는 ‘리더십 부재와 무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봄 이뤄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과정에서 미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지켜보기만 했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확산을 막지 못했다.

IS의 각종 잔혹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의 분노가 들끓고 있고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은 IS 격퇴를 위한 지상군 파병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시리아의 '온건 반군'에 무기를 주고 훈련시켜 IS와 싸우도록 하고 있지만 온건 반군이 최근 IS와 동맹을 맺은 급진 반군에 패퇴하고 있다.

또한 최근 퍼거슨시에서 한 흑인 소년이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인종 차별은 여전히 미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흑인 대통령 탄생이 인종 갈등을 상당 부분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도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패배에도 ‘다자적 협력’ 리더십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정례 브리핑에서 “과거 대통령들은 중간선거 패배의 여파로 행정부 고위 관료를 경질할 필요를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이번 주 후반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고 보지 않는다”며 중간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백악관 참모진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② 시진핑, 당정군 거머쥐고 명실상부 글로벌 리더 떠올라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의 당·정·군을 틀어쥐었으며, 인민들로부터 아낌없는 지지를 받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높아진 정치력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제무대에서 질주할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내에서 지지기반이 약해져 정치력에 손상을 입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 역사문제에 부딪혀 국내외 위상이 하락하고 있는 일본의 아베 총리, 크림반도 병합 이후 자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입지가 예전만 못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번 APEC은 시진핑 주석의 홈그라운드인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때문에 오는 10일과 11일 개최될 APEC 정상회담과 12일 열릴 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스폿라이트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APEC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이 급격히 제고되는 셈이다.

시 주석의 달라진 위상은 중국 국내상황에 기반한다. 시 주석이 지난 2012년 11월 공산당 총서기에 등극한 이래 무려 18만명의 관료들이 부패혐의로 면직됐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을 비롯해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군사위 부주석도 사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무수한 장관급 공무원들이 낙마하는 등 중국 공무원사회에 사정태풍이 불었지만, 겉에 드러나는 역풍은 없다. 이에 더해 현 지도부는 반부패운동을 더욱 밀어붙일 태세다.

반부패운동 과정에서 시 주석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져 갔다. 강성한 원로그룹은 물론 막강한 이익집단들도 시 주석의 기세에 눌린 듯한 모양새며, 시 주석이 신뢰하는 정치인들이 속속 요직에 배치됐다. 전국적으로 펼쳐진 공산당 당원 집체학습을 통해, 당원들의 시 주석에 대한 지지성명이 이어졌고, 그의 집정철학이 공산당에 깊이 스며들어가고 있다. 군부에서도 공개적인 충성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최된 전군 지휘관회의에서 시 주석은 '당의 군대 영도' 방침을 재천명하며 강도높은 군부개혁을 주문했다.

시 주석은 당·정·군을 손에 틀어쥔채 국가 대개혁에 나서고 있다. 국가개혁의 대전제는 '중국의 안정'인 만큼 '깜짝쇼'는 없었지만, 지난해 11월에 열린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와 지난달 열린 4중전회를 통해 개혁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3중전회에서는 정부직능의 축소와 정부권한의 시장이양을 모티브로 한 전방위적 개혁방침이 쏟아졌고, 이후 1년여동안 서서히 실행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4중전회에서는 의법치국을 모티브로 공무원들의 권력사용을 시스템화하고 감시감독하는 방안들을 내놓았다. 이 역시 서서히 중국사회를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리더십에 더해 시 주석의 친서민행보는 인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허름한 만두집에 들러 인민들과 똑같이 줄을 서서 만두를 구매하고 인민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먹는가 하면, 비가오는 날 바지를 걷어붙이고 우산을 받쳐들고 현장시찰을 진행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가 지방시찰을 가면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시 주석을 환영하고, 학교를 방문하면 학생들의 악수요청이 쇄도한다. 안정된 정국과 인민들의 지지는 고스란히 시 주석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③ 아베의 리더십, '안정'과 '강인'... 주변국과 갈등 유발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15년간 계속된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해 경제정책을 대폭 수정하고 잦은 총리 교체로 존재감을 상실했던 일본의 리더십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10년간 취임한 총리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총리로 평가 받고 있다.

일본은 1990년 이후 지속된 불황으로 사회적 폐색감이 팽배해지면서 나라 전체가 무력감에 빠져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줄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듯이 아베 총리는 리더십의 근원에 '강한 일본'을 설정하고,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강한 일본'의 재건에 초첨을 맞췄다.

아베 총리는 "우리가 강한 경제력을 갖게 되면 일본은 다시 한번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고, 그것은 일본이 세계 평화에 공헌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즉 국내 경제의 발전이 아시아와 세계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확대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아베노믹스)은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배경에 있기 때문에 추진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과감한 양적완화의 단행, 과도하게 책정된 엔화 가치의 조정, 공공투자 확대 등은 경제성장률과 주가를 끌어 올리는 성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세율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또 아베 총리가 취임 후 출범시킨 내각은 500일 동안 각료의 교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 간 일본은 1년을 지탱하지 못한 내각이 수두룩했으나 아베 정권은 출범후 1년 동안 지지율 50%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권을 운영했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와 안정적 정권 운영을 배경으로 '강한 일본' 재건을 위해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것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헌법 개정, 역사수정주의, 애국심 고취를 위한 교육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아베 총리의 행보는 주변국가들로 부터 '우경화'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경계 대상이 됐다. 중국과는 센카쿠열도를 둘러 싼 영토분쟁과 함께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총리 취임 후 한번도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과도 마찬가지다.

이웃국가 정상과 만나 대화하지도 못하는 상황은 일본이 추구하는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동떨어진 모습이며, 아베 총리의 리더십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아베 총리의 안방인 동북아시아에서 '강한 일본'노선이 경계 대상이 되면서 일본이 추구하는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행사'는 전 세계로 나아가기도 전에 입구에서 막혀버린 셈이다.

일본을 국제적 영향력이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국내 경제를 살리고, 일본을 보통국가로 만들어 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일본은 '갈등 유발자'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오히려 국제적 영향력 행사 확대에 빨간불이 켜져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의 대두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끌어들이면서도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 악화에 우려를 표시해왔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에 따른 한일관계 악화는 미국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아베가 추구하는 국제적 영향력 확대와 거리가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④ 푸틴의 ‘마이웨이 리더십’, 위대한 러시아 재건을 꿈꾸다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21세기 표트르 대제', 현대판 '차르(황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다. 벼랑 끝 위기의 러시아를 구한 영웅인 동시에 반민주적 독재자라는 양면적 이미지를 만들어낸 그의 리더십이 과거 제정 러시아 황제와 많이 닮아있다는 의미에서다.

푸틴은 권좌에 오른 이후 늙은 사회주의 대륙 러시아를 옛 소련의 영광을 재현할 신형 러시아로 재건하기 시작, 단기간에 러시아를 세계의 정상급 위치로 올려놓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는 '위대한 러시아' 재건을 모토로 한 푸틴의 통치방식인 '푸티니즘'과 외부의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푸틴의 '마이웨이'식 리더십이 깔려 있다.

지난 2000년 푸틴시대 서막과 함께 그는 '통합·설득의 리더십'으로 국론통합을 실현하며, 푸틴식 러시아 조성의 기반을 닦았다.

또 경제위기가 호출한 '실용주의 리더십'을 통해 위기의 러시아를 기회의 러시아로, 혼란의 러시아를 안정의 러시아로 변화시키며 절대적 지도자의 면모를 갖춰간다. 서방의 반대를 무릅쓰고 에너지 산업의 국유화를 추진, 러시아가 유럽과 미국에 맞설 강력한 힘을 지닌 국가로 인식될 수 있는 분기점을 마련한다.

이후 푸틴은 옛 소련제국의 부흥과 미·소 양강시대로의 복귀라는 야욕을 키우면서 강력한 기동력의 '불도저식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무명의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중령이었던 푸틴이 크렘린 궁의 두 번째 주인으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 또한 체첸사태에서 발휘된 적극적이고 과감한 리더십 때문이었다.

그의 이 같은 저돌적 리더십은 올해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공화국과의 합병 성사를 통해 진가를 드러낸다.

이는 친(親)서방 정권과 서방을 견제하기 위해 '크림반도'라는 카드를 활용만 할 뿐 실제 합병까지 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허를 찌르는 선제공격이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유럽연합(EU)이 경제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섰을 때도 푸틴은 과감한 군사개입을 추진, 결국 러시아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다.

그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80%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화답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민주주의의 퇴보에 따른 제국주의 망령의 부활로 해석하며 전 세계를 신(新) 냉전의 공포로 몰아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드러난 그의 '반(反)서방 민족주의 리더십'은 그를 대외적 비난의 시험대에 올리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다.

러시아는 과거의 영향력을 거의 확보했다. 러시아의 중산층은 10년 전보다 확대됐고, 국제적 위상 또한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군사력과 경제력 등 물리적 힘을 기반으로 한 하드파워만을 부각시키고 있는 그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세계는 정치·경제를 책임지고 조율할 뚜렷한 1등 리더의 부재를 의미하는 'G0(제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리더십의 진공상태' 속에서는 군사력과 경제력이 아닌 상대방을 통섭하는 문화적 가치의 소프트파워가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푸틴은 한 발의 총탄을 자신을 위해 남겨 놓았다. 그러나 이것을 사용할지에 대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말은 국제적 고립의 위기를 인식하지 못한 채 군사력 강화, 영토분쟁 등에만 몰두하고 있는 푸틴의 명과 암을 함축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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