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현대·기아차와 미국 오토모티브뉴스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10월 한 달간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만3309대보다 1.6% 증가한 9만4775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가 지난 해 10월보다 6.5% 감소한 5만81대를 판매했고 기아차는 12.4% 급증한 4만4694대를 판매했다.
차종별로는 현대차의 주력 모델인 쏘나타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의 판매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쏘나타는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1만9872대)보다 21.7%나 감소한 1만5563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고 아반떼 역시 판매량이 전년 대비 14.2% 감소했다.
기아차는 선방했지만 현대차의 부진이 뼈아프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의 10월 시장점유율은 올 들어 가장 낮은 7.4%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7월 8.3%에서 8월 7.9%로 하락한 뒤 9월 7.7%를 기록하는 등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10월 미국시장 판매증가율 역시 시장 평균에 못 미치는 4%에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실적과는 달리 일본 차 브랜드들은 예상을 웃도는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엔저를 무기로 가격 인하, 인센티브 확대 등의 공세가 시장에서 주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닛산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3%나 급증한 10만3117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요타 역시 같은 기간 7% 늘어난 18만580대를 판매했다. 혼다 역시 5.8%의 판매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렇다보니 일본 차 브랜드들과 현대·기아차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가 10월까지 판매한 차량 대수는 109만7250대로 닛산(116만6389대), 혼다(128만1777대), 도요타(197만5368대)와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
일본 브랜드의 성장은 현대·기아차에게는 위협 요인이다. 단기적으로 선진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 약화로 판매 감소와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고 신흥시장에서는 일본 브랜드에 점유율을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엔화 약세에 힘입은 일본 브랜드들은 수익성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현대·기아차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도요타는 엔저에 따른 환차익 증가 등으로 2014년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연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가량 증가한 1조3000억엔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닛산 역시 올 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일본 브랜드들은 엔저와 개선된 수익성을 활용,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선진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을 주도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특히 미국시장에서 적극적인 가격 인하 및 인센티브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인센티브를 감안한 캠리와 현대 쏘나타간 실제 구매가격 차이가 2012년 1700달러에서 최근에는 사실상 없어졌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신흥시장에서도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소형차 신모델을 잇따라 투입하면서 만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흥국의 경제위기, 엔저, 원·달러 등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등 시장 환경이 계속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속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