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내정자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KB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국민은행을 안정시키기 위해 능력과 신망을 갖춘 은행장을 선임하는 일이다. KB사태의 상처를 씻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분위기 쇄신이 절실한 만큼 국민은행 뿐 아니라 다른 10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도 대거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심사' 차기 국민은행장은 누구?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차기 회장 내정자가 결정되면서 차기 국민은행장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이건호 전 행장이 자진사퇴 한 후 박지우 부행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은행장 역시 내부 출신내지 외부 출신 여부가 중요하다. 윤 내정자가 외부에서 인재를 등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금융권과 KB금융 내부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에는 내부에서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현 국민은행 부행장들이 유력한 후보이다. 이전 사례만 봐도 2010년 7월 취임한 민병덕 전 은행장의 경우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냈으며, 이건호 전 행장 역시 취임 직전까지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지냈었다.
현재 국민은행에는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지우 부행장(영업본부)을 비롯해 홍완기(신탁본부), 백인기(고객만족본부), 이홍(기업금융본부), 오현철(여신본부), 민영현(HR본부), 박정림(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등이 있다.
현 KB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윤웅원 KB지주 부사장도 행장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KB금융 계열사 CEO 중 한 명이 행장으로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김덕수(KB국민카드), 정회동(KB투자증권), 김진홍(KB생명보험), 이희권(KB자산운용), 오정식(KB캐피탈), 차순관(KB저축은행), 김주수(KB부동산신탁), 남인(KB인베스트먼트), 장유환(KB신용정보), 박중원(KB데이타시스템) 대표이사 등이 KB금융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물론 윤 내정자가 행장을 겸임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윤 내정자는 이사회와 상의한 뒤 겸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행장 겸직은 제도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영상의 문제"라며 "현재 상황과 여건에서 어떤 운영체계가 KB금융에 좋은지 이사회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진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역시 "회장·행장 겸임 여부는 윤 내정자와 이사회가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행장을 선출할 경우 윤 내정자와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된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은행장 후보를 선정하게 된다.
◆계열사 CEO 및 지주사 임원진 '인사 태풍'
계열사 CEO도 대거 물갈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가 가작 적게 남은 CEO는 남인 대표와 박중원 대표로, 모두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차순관 대표는 내년 1월, 김덕수 오정식 대표는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이들 외에 다른 계열사 대표들은 모두 내년 8월 말이 임기 만료일이다.
지주사 임원들도 교체가 불가피해 보인다. KB금융 사태로 임영록 전 회장을 비롯해 일부 임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임원은 총 9명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윤웅원 부사장을 비롯해 이기범 전무, 김상환 상무, 정민규 상무, 조경엽 상무, 양종희 상무, 최규설 상무 등이 남은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나 지주사 임원 중 상당수는 임 전 회장이 기용했기 때문에 차기 회장이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국민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외풍이 불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시각도 여전하다. 또 윤 내정자 선임에 대해서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가 "KB가 관치 외압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만족하고 있지만, 만약 납득하기 어려운 인물이 행장에 선임될 경우 노조의 반발이 다시 거세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