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문식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개헌 입장을 거두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인 것과 관련, 야권은 강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특히 ‘어처구니없고 참담하다’며 ‘개헌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새정치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집권 여당 대표의 ‘개헌 해프닝’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이 참담하다”고 질타했다. 박 대변인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호기롭게 기치를 올렸던 중국 상하이발 ‘개헌론’이 하루도 못 가서 막을 내렸다”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평했다.
이어 “김무성 대표가 어제 중국 상하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개헌의 필요성’은 김무성 대표 혼자만의 주장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개헌은 경제 블랙홀’이라고 ‘개헌 논의 금지령’을 내렸던 것을 상기하면 청와대의 불호령이 떨어졌을 법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 한마디로 국민들을 실시간 검열하겠다는 정부의 모습이나, 대통령 심기나 살피고 자신의 소신조차 얘기하지 못하는 집권 여당의 모습이나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개헌 논의의 찬반 여부를 떠나 김 대표의 발언은 한국 정치사 가장 치욕적인 발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확대간부 회의에 참석한 박지원 비대위원은 “우리 대한민국이 대통령 한 말씀에 모든 것이 좌지우지돼서는 안된다”며 “김무성 대표가 개헌 발언을 하자 청와대에서 발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은 “김무성 대표는 개헌 발언의 불찰로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했다”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사항을 이제 여당 대표가 발언했는데, 이걸 또 지시해서 여당 대표가 죄송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국민의 요구이고 국회의 요구인 개헌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인재근 비대위원도 “개헌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강하다”며 “청와대가 나서서 막고 있다. 시기적으로 지금이 정말 적기”라고 비판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또 “개헌은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국가 동력을 재정비하는 것”이라며 “더욱더 경제를 빌미로 정상적인 토론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날 인 비대위원은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함구령을 내려서도 안 된다”며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논의를 막아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무성 대표의 상해 발언은 갑자기 만들어 낸 개헌 제안이 아니다”라며 “지난 9월 3인의 만찬 대화 때도 그의 개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이어 “하루 만에 번복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야 말로 분권형 개헌의 당위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손’”이라며 “김무성 대표의 발언 번복은 기름 부은 듯 개헌론을 확산·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의장은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던 전두환 정권 때 국민의 여론 봇물로 직선개헌을 쟁취했듯 이제 우리 국회와 국민들은 함께 힘을 모아 분권 개헌을 이뤄내야 한다”며 “분권 개헌 추진 범국민협의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