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안전의 가치를 디자인으로 실현

2014-09-01 16:30
  • 글자크기 설정

[양주시제공]

아주경제 최종복 기자 =  경기도양주시(시장 현삼식)는 ‘사람중심 국제안전도시’를 전략목표로 표방하고 시민의 안전을 총괄하는 담당부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양주시는 안전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의 개념을 접목해 주민과 함께 마을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사업을 추진해 화제가 되고 있다.

◆ 안전에 취약한 마을을 선정하다

이 획기적인 사업은 범죄예방환경디자인(CPTED)과 안전디자인(Safety)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개념으로 시작됐다.

시민과 밀접한 생활공간인 주거지 및 학교가는 길을 중심으로 어둡고 노후되어 통행이 불안한 보행자 공간, 범죄발생 가능성이 많은 대상지를 이 두 개념으로 개선함으로서 안전하고 쾌적한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이 사업의 추진배경이었다.

대상지는 보행에 지장을 주거나 범죄 발생률이 높아 안전하지 못한 생활 주거지 또는 학교주변, 경관개선의 효과가 큰 장소로 지역 주민의 참여가 높고 적극적인 마을을 우선으로 선정했다.

그 결과 덕계중학교 인근 주거지역(양주시 평화로 1416번길 66-13 주변)이 선정됐으며, 이 마을은 좁은 골목이 미로형태로 연결된 주택 밀집지역으로 주변환경이 학생 및 청소년 등의 범죄유발 가능성이 높은 취약지이며, 학교 앞 불법 주정차 차량 등으로 보행의 지장이 많은 장소로서 사업에 적합했다.

◆마을의 안전, 민․관이 함께 지킨다

[양주시제공]


이 사업이 기존의 것들과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마을주민은 물론 공무원, 전문가, 학생, 선생님, 경찰이 ‘지역주민협의체’를 구성 안전하고 쾌적한 마을 만들기에 모두가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다.

마을주민은 마을 주변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집단으로 마을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이며, 대상지의 문제점을 가장 잘 파악해 야간에는 자율적으로 방범대를 운영한다.

공무원은 행정적 지원을 통해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며, 전문가는 창의적이고 심미적 디자인 컨셉으로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최적의 안전 디자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학생은 마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대상으로 사업대상지의 문제점을 풀어나갈 수 있는 메인 역할을 하며, 선생님은 마을주민과 학생들의 매개체로 원활한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경찰은 마을의 방범활동과 치안유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집단으로 학부모와 연계해 주간에 학부모 폴리스를 운영한다.

◆ 본격적인 사업 추진, 단계별로 진행되다

[양주시제공]


마을의 안전을 디자인과 접목해 지키려는 이번 사업의 인적 인프라와 구성원의 역할은 정해졌다.

이제 사업을 진행하는 일만 남았는데,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1단계 : 이야기하기 ▲2단계 : 비우기 ▲3단계 : 채우기 ▲4단계 : 꾸미기 등 단계별로 진행됐다.

이야기하기 단계에서는 범죄사건의 통계자료를 수집 범죄에 취약한 골목의 동선을 따라 특징을 분석하고 불안요인을 확인했다. 골목에서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하는지 학생, 주민, 경찰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이 단계에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사업발주와 평가위원회 등을 개최했다.

비우기 단계에서는 민관협의체 회의, 주민설명회, 학생회의 등 수차례의 토론을 거치며 불법 광고물 제거 및 쓰레기분리수거장 청소, 골목에 쌓인 잡동사니 정리, 낡은 담장의 벗겨진 페인트 재도장, 넘쳐나는 녹슨 의류수거함 줄이기 등 마을 청소를 실시했다.

비웠으니, 이제 채우는 일이 남았다. 3단계인 채우기는 실제로 이번 사업이 착수되고 진행된 단계였으며, 숨어서 나쁜 일 하기 좋았던 사이길에 열고 닫을 수 있는 디자인 담장을 다는 등 마을 구석구석을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채워나갔다.

마지막 꾸미기는 마을주민, 학생, 경찰, 공무원, 선생님의 참여 작품을 설치하고 사업을 준공하는 단계였다. 학교 앞은 최대한 차량의 주차를 막아 정문이 보이도록 했으며, 큰 길에는 걸을 때 흥이 나도록 담장을 따라 디자인했다.

특히, 학교 앞에 꽃을 심어 정원을 만들고 쉼터를 조성하는 등 주변 환경 정비를 통해 사람의 활동량을 증가시킴으로서 자연적인 감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 안전과 디자인의 만남, 그 결과는?

안전한 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모든 과정은 끝이 났다. 그렇다면 안전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디자인을 적용한 이번 사업 후 마을은 어떻게 변했을까?

아이들이 넘나들었던 미로같은 골목길은 디자인펜스 설치로 새로운 공간이 되고 점차 주민들의 불안감 및 불만은 사라졌다.

낮은 담장엔 디자인 조형물이 설치돼 상징적인 디자인 담장의 역할을 하게 됐으며, 낡고 노후된 빌라의 벽면에는 양주색을 입혀 멋드러진 포토존이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이벤트 공간을 선사하게 됐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않고 어둡던 길목은 아이들의 소망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은 설치미술로 환해졌으며, 삭막했던 학교 옆 가설펜스도 ‘나에게 쓰는 편지’ 공간을 만들어 따뜻한 글과 마음으로 가득차게 변했다.

학생들의 하교를 방해했던 주정차 차량들은 화분과 쉼터의 설치로 시야를 확보해주고 정다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변했으며, 어두워서 나가기 싫었던 골목이 알맞은 색온도와 밝기로 걷고 싶은 골목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 안전도시 양주, 디자인으로 실현하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미국 범죄학에서 연구되어 정리된 이론으로 건물 주인이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지 않고 방치해 둔다면 건물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을 반증함으로써 절도나 건물파괴 등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번 사업에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 있겠다. 마을이 지저분하고 삭막하다고 그냥 방치해버린다면 범죄에 노출되고, 안전에 취약한 지역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는 이런 악순환을 깨고자 ‘안전’과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접목시켜 주변환경과 건축물의 설계를 조화시켜 범죄를 사전 예방하고, 주변환경과 주민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마을을 조성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주민의 직접 참여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안전 디자인이 가능했으며 경찰서, 학교 등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전문가, 학생 등 민간과의 협업․공유를 통해 주민의 요구 및 기대에 부응하는 정부 3.0 서비스를 제공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