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이 내년부터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을 엄격히 규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중국 경제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지방채무 리스크를 경감시킨다는 계획이다.
중국 신화통신 31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31일 지방정부 채권 발행 규제, 예산공개및 관리감독 등의 내용을 담은 예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예산법 개정안에서는 무엇보다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대신 지방채 발행 목적과 규모를 크게 제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앞으로 공익성 자본지출에 한해 국무원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고 지방의회 격인 인민대표대회의 철저한 감독을 받게 된다. 또한 예산법에서 규정한 방식 외 은행대출이나 신탁 등 다른 어떠한 방식을 통한 지방채권 발행도 금지했다.
지난 1994년 제정된 예산법은 각 지방정부가 세수에 맞춰 지출을 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지방채 발행 권한이 없어 자체적인 채권 발행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산하 지방정부융자 플랫폼(LGFV) 등을 통해 암암리에 지방 채권을 발행해왔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발발 후 각 지방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을 위해 앞다투어 산하 융자플랫폼을 통한 지방채무를 늘려왔다.
중국 심계서 통계에 따르면 2013년 6월 기준 중국 지방정부 부채 잔액 12조 위안으로 2010년말보다 20% 증가했다. 각 지방정부가 장부에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부채를 늘리면서 사실상 지방정부 부채 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워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예산법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채권 발행에 ‘진구저우(緊箍呪·서유기에서 삼장법사가 손오공의 머리에 씌운 금테를 조일 때 사용하는 주문)’를 씌워 급증하는 지방채무 리스크를 방지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밖에 새 예산법에서는 예산 편성 및 조정, 지출 관리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만들어 정부 예산 편성의 투명성도 높이기로 했다. 이는 중국이 향후 재정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는 해석이다. 중국 베이징대 법학원 류젠원(劉劍文) 교수는 “예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재정개혁도 추진하기 어렵다”며 이번 예산법 개정을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