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무기도 없이, 그리고 체계적인 군사훈련도 없이 그렇게 전장에 뛰어 들었던 것이다.
임진왜란 때는 일반 백성 뿐만 아니라 수도중이던 불교승들까지 나서 중생구제를 위해 칼을 들었다.
이렇게 나라가 위급할 때 스스로 모인 백성들로 이뤄진 부대를 의병대, 또는 의용군, 민병대라고 부른다.
유난히 외세의 침략이 많았던 우리나라는 조정에서 운영하는 정규군만으로는 방어가 힘들었기에 민병대가 나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 1942년에 조직되었던 조선의용대는 한인 무장세력과 함께 조선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항일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중동지역에서는 민병대 형태의 군사조직이 적지 않게 조직돼 실제로 분쟁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스라엘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도 자신들의 자주권을 찾기 위해 민간인들이떨쳐 일어나 민병대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 다양한 규모의 민병대들이 적에 맞서 싸웠고, 또 지금도 싸우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 새로운 목적을 가진 민병대가 생겨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독립이후 미국에는 수많은 민병대가 조직되었다. 땅덩어리가 워낙 넓다 보니 정부군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생겨났고, 그러한 곳에 사는 주민들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민병대를 조직하게 되었다.
1791년 제정된 미국 헌법 수정2조는 미국민들의 '무기휴대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나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민병대로는 전직 미 공군장교 출신이며 침례교 목사 출신이 창설한 미시간 민병대가 꼽히는 민병대원의 수가 1만2000천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근래들어 중앙아메리카 출신 어린이들의 미국으로의 밀입국이 늘어나면서 텍사스 남부 국경지역에 복면을 쓰고 무장한 민병대가 등장했다고 한다.
지난 달 텍사스의 릭 페리 주지사가 국경 접경지역에 1000여명의 주방위군을 배치한데 이어 민병대까지 나타나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맹세를 준수하는 사람들' '3%클럽' '애국자들' 이란 이름의 이들 민병대는 멕시코의 누에보라레도와 다리로 연결되는 미국의 국경도시 라레도에서 자칭 '국경수호작전'을 전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인근에 훈련캠프를 마련하고 텍사스 남부 사유지 목장 지역을 순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라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상대하고 있는 '적'이라는 대상이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국경지역 민병대의 주둔 명분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민병대의 등장에 텍사스주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들은 텍사스주 검찰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민병대를 '무법자'로 규정하고 이들이 접경지역을 전쟁지역화하는 오명을 영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말은 곧 전쟁의 위험이 있지도 않은 곳에 정부군과 함께 민병대가 주둔함으로써 해당지역이 마치 분쟁지역으로 비춰짐으로써 지역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위협이 될 수 없는 이들을 적으로 규정해 놓고 군대를 조직하는 것은 민병대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극히 일부의 안녕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힘든 것은 물론, 자칫 정부에 반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먹을 것을 찾기위해, 또 아빠 엄마를 만나기 위해 목숨 걸고 국경을 넘는 어린 중남미 아이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려고 하는 자칭 '민병대'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