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출신으로 애플을 담당하면서 수많은 특종을 보도한 유카리 이와타니 케인은 집필을 위해 회사를 퇴사하면서 WSJ 근무 시절 3년간의 취재메모와 추가 취재를 종합해 '유령에 사로잡힌 제국(Haunted Empire)'을 저술했다.
이 책은 애플의 어두운 부분과 고위 간부들의 충격적인 에피소드 등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의 저술자 이와타니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처음에 왜 애플이 성공했는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려고 했었다”면서 “그러나 그때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면서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이와타니가 떠올린 것은 소니 담당 시절에 창업자가 사망하면서 소니의 힘이 떨어져 가는 것을 느낀 것이었으며 “창업자의 사망 직후 소니라는 회사 안에서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타니는 “그래서 지금은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는 애플도 창업자가 사망했으니 반드시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취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팀 쿡 애플 CEO가 이 책을 비판한 데 대해서는 “내가 이 책을 쓰기 위해 2년 동안 애플 관계자 200명을 만났다”면서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들은 이야기들을 소개한 것으로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을 뿐이며 내가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와타니는 “기업의 실적과 주가만 보고 판단하게 되면 그 기업의 미래를 볼 수 없게 된다”고 경고하면서 “핀란드의 노키아와 미국 모토로라가 정상의 자리에서 어떻게 몰락하게 됐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와타니는 “애플만이 늘 정상에 있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타니는 애플의 문제점이 ‘대기업병(病)’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컨트롤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애플 회사 내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이것은 어느 회사에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와타니는 “이 대기업병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려는 찰나에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면서 “잡스의 사망으로 사실상 대기업병을 치유하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타니가 언급하는 대기업병이란 “넘쳐나는 자신감으로 인해 라이벌을 라이벌로서 인식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면서 “애플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전혀 평가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일으킨 혁신은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세계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와타니는 ‘애플스토어’에서 잡스의 미학이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타니는 미국의 애플스토어에 대해 “최근 시카고에 위치한 스토어를 찾았지만 도난 방지용 와이어가 엉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지적하면서 “잡스였다면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까”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잡스는 생전에 와이어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썼었다고 소개했다.
최근 애플이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데 대해서는 “새로은 애플을 만들어 나가려는 팀 쿡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면서도 “그러나 IBM과의 제휴는 잡스였다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타니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반드시 애플 제국도 몰락하는 날이 온다”면서 “애플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