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금리 인하 압박…한은의 선택은?

2014-07-2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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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금리 결정이 금통위 고유의 권한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진 = 연합뉴스 ]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최경환 경제팀의 강력한 내수 부양 방침에 따라 한국은행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문제에 대해 한은은 고민이 깊다. 이달 들어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깜빡이'를 켜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의 부정적 영향을 언급하는 등 섣부른 금리 인하론을 경계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총재는 21일 상견례를 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상황이어서 양 기관의 정책공조와 한은의 결정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정희수 위원장은 "0.5%포인트라도 신중하게 검토해보고 금리 정책과 재정 정책이 같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재정 정책 쪽만 보는 것 같다"며 금리 인하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지금까지 충분히 전달이 됐다고 본다"면서 "이보다 더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어렵다"고도 말했다. 

취임 전 그는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거론했지만, 결국 추경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최 부총리의 발언은 통화정책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당일 환율은 장중 8.0원이 급등했고 국고채 3년물 금리도 2.520%로 기준금리(2.5%) 수준에 가깝게 하락했다.

이주열 총재는 최 부총리의 발언이 거세질수록 견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이달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성장경로에 있어 하방리스크가 크다"고 밝혔다. 소비 부진에 따른 내수 위축을 우려하며, 경기 인식이 예전과 달라졌다고도 말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연 4.0%에서 3.8%로 낮췄다. 세월호 사고 이전까지만 해도 경기 회복세를 자신하며 금리 인상을 시사하던 한은의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새로운 경제팀 출범에 맞춰 한은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던 이 총재는 정작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자 다시 부총리와 선을 긋고 나섰다. 경제상황과 함께 중앙은행의 독립성 등을 고려해 거리를 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한 포럼에 참석해 가계의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상황을 강조하면서 "가계부채 증가가 중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 신규 대출 수요가 늘어 부채가 쌓일 수 밖에 없다. 금리가 올라가면 신규 수요가 감소하는 대신 기존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이 커진다. 금리가 '양날의 칼'로 불리는 이유다. 

최 부총리는 이자부담 완화에 따라 소비가 늘 것이라며 이같은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율 상승에 대비해 어느 정도 금리를 낮춰 여유 공간을 만들어놓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총재는 18일에도 "최 부총리가 금리 결정은 금통위 소관이라며 언급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그 생각을 그대로 갖고 계시리라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정책 공조는 상호 존중에서 시작된다던 그의 생각을 피력한 부분이다.

이 총재는 취임 후 갑작스런 금리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2~3개월 전에 미리 시그널(신호)을 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경기인식 전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등과 가계부채를 우려한 발언이 엇갈리면서 시그널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를 동결하면 앞서 언급한 내용과 앞뒤가 맞지 않고, 내린다면 외압에 의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임 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전망한 3.8%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데다 이미 경기가 저점을 지난 지 1년이 지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린다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가계부채가 큰 상황에서 금리 인하의 효과도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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