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난민에게 따뜻한 손길을

2014-07-1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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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난민'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전쟁이나 재난 따위를 당해 곤경에 빠진 백성 또는 가난하여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란 뜻을 갖고 있다.

지난 달 20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난민의 날'이었다. 이와 때를 맞춰 유엔 난민기구가 발표한 세계난민현황 보고서는 난민을 '정치적인 이유, 인종적인 편견, 그리고 전쟁 등으로 힌해 차별과 박해를 피해 자신의 국가를 탈출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난민이라고 하면 언뜻 떠오르는 사람들이 바로 북한이탈주민이라고도 불리는 탈북자들이다.

세계난민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전세계에서 난민지위를 받거나 난민과 같은 상황에 처한 탈북자 수는 약 1,166명이며 이 가운데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을 받은 사람은 76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와 외국에서 영주권과 시민권을 받은 경우는 통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로 전 세계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탈북자의 대부분은 북한당국의 억압 속에서 살기 힘들어, 먹을 것이 없어 자유를 찾아 고향을 떠난 이들이다.

중국은 이들 탈북자를 색출,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나라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취급해 받아들이거나 본인이 희망하는 나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먹을 것을 찾아, 자유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북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시리아 등 중동지역은 물론 내전으로 비참한 상황이 계속되는 아프리카에도 난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한 세계 각국과 단체들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모든 이들을 보살핀다는 것이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캘리포니아 지역도 그렇지만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와 인접한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지역에도 중남미에서 올라와 일거리를 찾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브로커를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해 들어온 불법체류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그날 그날 밥벌이를 위해 거리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만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도 많다고 한다. 하루 60달러 정도의 일당을 받고 이삿집을 나르거나 건축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면서도 희망은 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다만 몇 푼이라도 보내주면 가족들은 최소한 배는 곯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에 붙잡혀 추방이 되도 어떻게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그동안은 한 가정의 가장들에게 많았는데 이제 사정이 조금 바뀐 모습이다.

최근에는 아버지나 어머니 없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혼자 넘는 어린 중남미 아이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오려다 붙잡힌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와 멕시코 출신의 보호자 미동반 아동들이 5만2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일 미 연방 의회에 불법 이민과 밀입국 방지를 위해 37억 달러의 예산을 긴급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예산을 불법 체류 아동 수용 시설을 확충하고 이들의 추방 여부 등을 신속하게 결정하기 위한 법원의 인력·시설 보강, 그리고 밀입국을 막기 위한 국경 경비 강화와 아동 밀입국을 자행하는 범죄 조직과의 전쟁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 개혁을 역점 추진해 왔는데, 취임 이후 미국에서 추방되는 불법 밀입국 아동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인도적인 면에서 어느정도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관측이다.

LA타임스가 지난 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 불법 밀입국하려던 18세 이하 청소년 가운데 추방되거나 입국이 불헌된 경우가 6년 새 79.5%가 감소됐다.

동반인 없이 혼자 밀입국을 시도하는 중미 출신 미성년자의 수가 지난 2년 동안 5배 폭증한 것을 볼 때 추방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오바마 행정부가 밀입국 청소년들을 즉시 추방하지 않고 미국에 친척이 있는 경우 친척집에 보내는 등 포용정책을 썼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밀입국 청소년들을 수용하는 시설과 인력 유지를 위해 지출되는 국민들의 세금이 너무 많다는 주장이다.

공화당을 비롯한 오바마 대통령 비판론자들은 국경수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오바마 행정부의 '지나치게 관대한' 이민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법 개력 움직임을 계속 강행해 나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나 재난 때문은 아니라 하더라도 가난하고 생활이 어려운 난민의 입장이 되어 버린 수많은 고통 속의 밀입국 아이들이 어디에서건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안전하게 밝게 자랄 수 있게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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