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글로벌 IT 기업인 알리바바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한국 지사장에 경쟁사인 텐센트 출신의 핵심 인사를 배치시킨데 이어 마윈 회장 역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한국을 방문,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CJ게임즈 5억달러 투자 등을 통해 텐센트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공략의 주도권을 쥔 상황이지만 마윈 회장의 ‘결단’에 따라 양사의 경쟁 구도가 급격히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알리바바는 과거 텐센트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린 주요 인사를 영입하며 경쟁사의 ‘성공 DNA’를 흡수하는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지난 4월 설립된 한국 지사 수장으로 텐센트 한국지사에서 모바일게임 사업을 총괄했던 황매영 지사장을 선임했다. 조선족 출신으로 알려진 황매영 지사장은 텐센트 내에서도 가장 뛰어난 ‘한국통’으로 손꼽힐만큼 탁월한 업무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황매영 지사장 영입 이면에는 앞서 알리바바로 자리를 옮긴 텐센트 주요 인사(이사급)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윈 회장의 러브콜로 황매영 지사장 선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마윈 회장선에서 승인된 인사라는 점에서 상당한 권한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 한국지사의 경우, 아직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한빛소프트 제직 시절 ‘오디션’ 등을 중국에 수출하며 큰 성과를 일군 박순우 총괄을 영입하는 등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맞춰 한국을 찾는 마윈 회장의 행보도 비상한 관심사다.
오는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되는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는 마윈 회장은 이미 텐센트와의 경쟁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와 기업간 협력을 여러 차례 강조한 적이 있어 이번 포럼에서 대형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라인업 확보를 위한 국내 대형 게임사와의 협력과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 비해 약세를 보이는 ‘라이왕’의 저변 확대를 위한 라인과의 연합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라인의 경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지난 25일 제주도에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알리바바와의 사업 협력설에 대해 공식 부인한 상태다.
◆숨막히는 ‘공룡 싸움’, 시장 선점이 ‘변수’
알리바바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텐센트는 비교적 조용한 대응을 하는 모습이다. 이미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알리바바에 비해 높은 인지도와 든든한 파트너를 확보한 이상 경쟁사의 전략에 휘둘리기보다는 묵묵히 ‘마이웨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CJ게임즈에 5억달러를 투자한 텐센트는 국내 모바일게임을 장악한 넷마블과의 협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울러 지난 26일 진행된 ‘텐센트 모바일 로드쇼’에 ‘알리바바 관계자를 제외하고 모든 게임인이 방문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등 업계 차원의 관심이 높은 점도 긍정 요인이다.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라인업 확보를 위한 ‘생산지’가 아닌 자사 게임들의 ‘공급처’로 설정해도 알리바바보다는 텐센트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텐센트의 경우 다음카카오의 2대 주주에 올라서있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아직 알리바바와 텐센트라는 두 글로벌 IT공룡의 파급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텐센트의 막강한 자본과 네트워크에 힘입어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 등 국내 게임들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바 있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이런 성공 케이스가 전무하다.
따라서 알리바바와 텐센트 중 어느 기업이 먼저 국산 모바일게임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지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의 위상이 판가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마윈 회장의 행보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며 “마윈 회장의 결단에 따라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경쟁 구도가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