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성공한 1세대 부동산 디벨로퍼인 문주현 MDM(엠디엠)·한국자산신탁 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디벨로퍼와 꿈, 대체 어떤 관계일까.
◆치열했던 젊은시절
문 회장은 '파란만장'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때는 너무 힘들어서 꿈꿀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는 간절한 꿈이 그를 변화 시켰다. 온갖 고생을 하다 남들보다 7년이나 늦은 27살에 경희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학교 시절 폐결핵으로 두번이나 쓰러지는 등 순탄치 않았다. 문 회장은 "내 과거사가 많이 이슈화 되는데 솔직히 싫다"라며 "인생을 다시 살고 싶냐고 누가 물으면 '죽어도 싫다'고 할 정도로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더 적극적인 일을 원했던 그는 영업파트를 지원했다. 영업, 마케팅이 모든 사업의 선행이고 미래의 비지니스 모델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마케팅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에도 흥미를 느꼈다.
"좋은 대학 나와서 왜 영업파트에 가냐고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지만 영업의 전략, 판촉 방법에 따라 매출이 극대화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케팅 아이디어 전략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는 것을 일찍 깨달았던 거죠."
이후 그는 승승장구 하기 시작한다. 7년동안 7번을 특진했다. 문 회장은 "당시에 임원들이 안병균 전 회장한테 건의 하는 것 보다, 내가 얘기하는게 더 잘 먹혔다"고 회고했다. 안병균 전 회장은 지난 16일 문 회장의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 회장 취임식에서 "내가 가장 잘 한 일은 문 회장을 알아봐 준 것"이라며 "문 회장은 한다면 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회사에 입사한지 4년만에 정상적으로 대학에 간 친구들보다 직급이 높아졌다. 그는 "당시에는 늦게 시작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늘 겸손하게, 쉴 틈 없이 정말 죽기 살기로 일을 하고 또 했다"고 말했다.
잘 나가던 그에게 또 시련이 닥쳐온다. IMF구제금융 위기로 1998년 회사가 위기에 처했고 문 회장은 자본금 5000만원으로 부동산 개발 및 마케팅 업체인 MDM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디벨로퍼의 시작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매출 3181억원, 영업이익 665억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문 회장은 "건설쪽의 헤드 부분이 바로 디벨로퍼"라며 "디벨로퍼는 땅을 놓고 아파트를 지을지 주상복합을 지을지, 평형대는 어떻게 할지, 모든걸 기획하고 종합적으로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디벨로퍼 답게 그는 땅만 보면 머리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지만, 고객들의 마음을 끄는 방법은 오히려 단순하다고 귀띔했다. 입주자 입장에서만 보면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광교 더샵 레이크 파크의 ‘클럽 라운지’가 바로 그 예이다. 클럽 라운지에서는 입주민에게 1년 내내 원가 수준으로 식사를 제공한다.
"주부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만족해 하는 것을 보면서 이 생각을 하게 됐다. 계약 당시 예상대로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얻어 액수에 상관없이 구매에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2010년 공기업 민영화 1호 매물로 나온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하는 데도 성공한다. 한국자산신탁은 6월 현재 수탁자산 15조5595억원, 리츠자산 6700억원으로 1분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문 회장은 "신탁에 대해 단순한 구조만 알지 잘은 모른다"면서도 "다른 신탁사는 내부에서 임원이 안되지만 우리는 직원들이 이사, 상무가 되는 길을 열어 놓으니까 직원들이 스스로 신나서 일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자본금 400억원의 여신전문 금융업체인 카이트캐피털도 설립했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 인수도 추진중으로 부동산 펀드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MDM이 개발, 한국자산신탁이 신탁업무, 카이트 캐피털이 대출을 하는 등 종합 부동산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주현의 '꿈'
그는 최근 한양대, 경희대에서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후배들에게 인생에 승부를 걸라고 강의하고 있다.
문 회장은 "우리가 대학 다닐때는 정주영, 김우중씨처럼 '우리도 저렇게 되야겠다'는 우상이 있었지만 최근 세대들은 롤 모델이 없어졌다"며 "직장을 다니더라도 단순히 돈이 아니라 일을 배워야 다음 단계로 도약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생은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며 "무조건 빨리 가려는게 아니라 내 인생의 가는 방향이 맞느냐, 이렇게 살았을때 후회하지 않을 길인가를 생각해 보고 택하라"고 충고했다.
또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록하고, 시각화하고, 입으로 함께하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꿈을 종이에 적으면서 시각화하고, 늘 남에게 꿈을 얘기하면서 공유하면 꿈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하는 모든 얘기를 종이에 기록했다.
문 회장은 최근 '꿈의 도시'를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도시 안에 집과 업무시설, 학교, 공원 등 모든 것이 들어서 아무 불편없이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상상에서나 가능한 도시이다. 이미 한국에서 그런 도시를 만들기에는 땅값이 너무 비싸져 해외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나는 디벨로퍼니까 건축수주가 아니라 도시를 만드려는 꿈을 꾸고 있다"며 "하지만 현실에 제약이 많아 장기 플랜을 갖고 접근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의 최종 꿈은 무엇일까. "내 꿈의 끝이나 목표는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건강이, 사회가, 시대 흐름이, 미래가 어떻게 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큰 그림은 그려놨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
꿈의 한계가 없는 그의 10년 후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