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형’ ‘야수’ ‘비열한 거리’ ‘쌍화점’ ‘달콤한 거짓말’로 필모그래피를 보탠 그는 ‘고지전’에서 무능한 지휘관 유재호를 연기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김판호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조진웅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용의자X’ ‘분노의 윤리학’ ‘파파로티’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거쳐 지난달 29일 개봉한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제작 AD406 다세포클럽)까지 24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끝까지 간다’는 그간 다수의 악역을 소화한 조진웅에게도 특별한 작품이다.
영화 개봉일에 만난 조진웅은 “제가 맡은 박창민이라는 역할이 악당인 건 맞다. 그러나 진정한 악당이라고 볼 수 있을 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창민에 ‘빙의’한 조진웅에 따르면 사람이 완벽해지고 싶어하는 욕망은 본성이다. 수하가 배신을 하고, 자기 물건을 가져간 인물이 하필 경찰이었기 때문에 악해 보이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분노의 윤리학’에서의 박명록, 잔인하고도 뜨거웠던 명록과는 차별을 두려고 했어요. 창민은 왜 차분할까를 생각하면서 감독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죠. 어떤 버릇이 있고, 어떤 모습으로 걸을까? 상대의 실수도 의도하는 프로페셔널한 인물인데 사실 저는 본질적으로 그런 역할과는 잘 맞지 않죠. 검사보다는 인권변호사가 더 어울리는 편이랄까요? 그래도 박창민이라는 필터를 통해 걸러진 모습은 어떨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어투가 존댓말이 된 부분도 있지요. 창민이나 명록이 모두 ‘내 새끼’들이죠.”
그를 만족스럽게 한 건 즐거웠던 촬영장만이 아니다. VIP시사회를 관람했다는 아내에게서 칭찬을 받았다고 좋아했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조진웅은 아직도 신혼이다.
“좋은 평을 해 주시더라고요. 영화가 끝났는데 한 12분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범죄와의 전쟁’도 재미있게 봤다고는 했었는데, 원래 이런 저런 평을 절대로 안 하거든요. 업계 동료이자 친구들도 초청했어요. 아주 신랄하게 얘기하는 친구들만 일부러 불렀죠. 평소 ‘영화는 좋았는데 극장에서 안 보인다’고 얘기하는 친구들이에요. 그런데 ‘끝까지 간다’를 보고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기분이 좋았죠.”
“그냥 똑같아요. 10년밖에 안 된 거죠. ‘올 댓 재즈’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열여섯, 열일곱 살 친구들인데 재즈를 한 지 12년됐더라고요. 애기 때부터 한 거죠. 저는 영화 데뷔한 지 10년인데 뭐 알겠어요? 다만, 극단 생활까지 치면 20년 가까이 했는데 아무래도 연기가 제 길인 것 같아요, 언제나 즐겁거든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