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사람의 24시간을 잡아라” 사물인터넷 경쟁(종합)

2014-06-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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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이재영 기자 = 세기의 라이벌 삼성과 애플이 인간의 24시간 생활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맞붙는다.

단순히 두 회사간 자존심 대결이 아닌 사물인터넷 경쟁의 근본적인 목표는 ‘전자·IT시장의 판’을 뒤엎기 위한 표준 싸움이 될 전망이다. JVC의 VHS와 소니의 베타간 VTR, IBM과 애플간 개인용컴퓨터(PC) 전쟁 등 과거 사례를 보면, 시장에서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이 되려면 소비자의 선택 못지않게 업계의 지지가 필요하다. 삼성과 애플이 초기 시장인 사물인터넷을 잡으려는 것은 자사 기술을 지지하는 연합군을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물인터넷은 사람, 사물, 공간, 데이터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가 생성‧수집‧공유‧활용함으로써 고객들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가치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기기간 ‘연결성’인데, 연결의 범위는 인간이 사용·경험·접촉하는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연결성에 있어서는 삼성전자의 우세가 점쳐진다. 부품, 디바이스, 솔루션 등 사물인터넷 전방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 1위 스마트폰을 비롯해 웨어러블 스마트워치, TV, 백색가전 등 디바이스 경쟁력과 건설·의료·중공업·플랜트·호텔 등의 각 분야 계열사의 역량을 통합한 인프라 구축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집 이동 공간 사무실 등 사람이 사는 24시간 동안 접하는 모든 기기들을 생산해왔으며, 이들을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해 생활의 편리함과 경제적 가치를 높여줘야 한다는 대주제를 걸고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반영된 것이 지난달 서비스를 개시한 ‘스마트홈’이다.

애플이 쉽게 삼성에 승리를 내줄 것 같지는 않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홈에 비견될 플랫폼(시스템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TV를 통해 추구해왔던 가치 또한 ‘연결성’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애플이 삼성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해왔다. 독자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 면에서 강자의 면모를 과시해온 덕분이었다. 스마트 기기에서 구축한 경쟁력을 그대로 확장시킬 수 있다면, 애플도 더 큰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본격화되려면 디바이스의 대대적인 보급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사물인터넷은 디바이스 부문의 성장이 가장 빠르다. 시장조사업체인 마키나 리서치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칩셋, 모듈, 단말기 시장은 1888억달러로 전체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 2031억달러의 92%를 차지했다.

사물인터넷 시장이 커질수록 관련 데이터 양이 늘어나 전송속도 또한 중요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미 5세대(5G) 네트워크를 개발해 테스트베드를 완성하고 관련 기술 특허를 주도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삼성이 강력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애플을 무시할 수 없다. 애플은 헬스케어와 피트니스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는 M7 코프로세서를 지난해 9월 공개했으며, 이어 블루투스 통신 기반 아이비콘(iBeacon)을 발표하는 등 기술 개발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양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자사의 플랫폼을 따르는 연합군을 모집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LG전자, 소니, ZTE 등의 다수 경쟁사들과 경쟁할지 힘을 합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일단 자체적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OS인 타이젠을 개발하고 있으며, 타이젠은 삼성기어2 등 웨어러블에 적용됐고 조만간 스마트폰에도 탑재돼 삼성의 대표적인 OS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은 “삼성 내 여러 제품의 공통된 OS 플랫폼으로 타이젠이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기 확보한 iOS 기반의 단독 고객층을 확보해 사업 진입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애플도 기존 iOS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만 추구하다가는 과거 PC시장에서의 패배를 되풀이할 수 있다.

시장의 표준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삼성이나 애플 모두 경쟁사인 다른 전자·IT업체의 후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두 회사 모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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