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선의 이슈만] '듣보잡' 탈출에는 아이돌 피처링이 정답?

2014-06-0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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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신원선 기자 = 피처링: 대중음악 분야에서 다른 가수의 앨범 작업에 참여해 노래나 연주를 도와주는 것.
 
사전적 정의처럼, 가요계에서 피처링은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처링 연예인이 누구더라'로 화제가 되고 덕을 본 가수들이 많아지면서 피처링 없는 앨범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해졌다.

'홍대 박효신'으로 이름을 날리며 리스너(관심 분야의 음악을 듣고 공유하는 음악 청취자) 사이에서는 힙합씬(힙합 그라운드)의 보컬리스트로 정평이 나 있던 정기고가 대중에게 유명해진 건 불과 석달 전 일이다.

올해 2월 정기고는 걸그룹 씨스타 소유와 입을 맞춘 듀엣곡 '썸'을 발표했다. 앨범 발매 전부터 소유의 피처링 참여로 화제를 모은 '썸'은 발매 직후 멜론, 벅스, 소리바다, 올레뮤직 등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성공적 메이저 입성이었다.

2002년 I.F의 'Respect You'피처링으로 데뷔한 정기고는 소울다이브, 이루펀트, 에픽하이, 도끼 등 여러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며 힙합씬 최고의 피처링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힙합씬 안에서의 이야기였다.

그가 대중 앞에 드러나게 된 건 지난해 말 씨스타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정기고라는 인물 검색어 앞에는 '소유의 썸남', '소유의 그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연예계 '썸' 열풍을 일으켰다. 정기고 홀로 노래했다면 이렇게까지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을까?

래퍼 매드클라운 역시 피처링 덕을 톡톡히 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드클라운은 하이플로우 랩핑을 구사하며 언더래퍼 사이에서 상당한 입지가 있었지만 네티즌 사이에선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인지도가 전무한 사람)'이었다.
 

[사진출처=스타쉽엔터테인먼트]

2013년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인디 래퍼들을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가장 처음 매드클라운을 영입했다. 같은해 9월 매드클라운은 소유와 함께한 '착해빠졌어'를 발표했다. 거리 곳곳 '착해빠졌어'가 흘러나왔고 대중은 낯선 매드클라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2014년 효린의 피처링으로 완성된 '견딜만해'를 발표했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효린의 폭발적 가창력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대중에게 '착해빠졌어', '견딜만해' 두 곡에 관해 물어봤을 때 매드클라운이 랩을 한 부분과 가사를 기억해 답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2013년 6월 방송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2'에 나와 매드클라운이 찰지게 랩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두 곡에 대해 '소유가 부른 노래'라거나 '효린이 부른 곡'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십중팔구였을 것이다.
 

[사진출처=N.A.P엔터테인먼트]

신인 남성 그룹 하이포(HIGH4)는 올해 4월 초 '봄 사랑 벚꽃 말고'를 발표했다. 앨범 발매 전부터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는 '봄, 사랑, 벚꽃 말고'의 연관 검색어로 하이포보다 아이유가 더 많이 오르내렸다. 해당 곡의 노랫말 작사와 피처링을 아이유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하이포가 신인 남성아이돌그룹 최초로 데뷔와 동시에 국내 음원차트 1위와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석권하는 게 가능했던 데에는 '국민 여동생' 아이유의 공이 컸다. '봄 사랑 벚꽃 말고'는 아이유의 네임밸류로 믿고 듣는 곡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다른 가수의 앨범 작업에 참여해 노래와 연주로 도움을 주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가요계에 범람하는 피처링이 곱게만 보이지 않는다. 갓 데뷔하는 신인이 대중에게 자신의 색깔을 담은 완성도 있는 곡을 발표해 주목받기보다 인지도 높은 연예인의 인기에 '무임승차',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거 MC몽은 "랩으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피처링으로 채워 음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피처링의 긍정적 면을 설명했다. 물론 힙합 가수라면 자신의 곡에 맞는 보컬을 찾아 피처링을 부탁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곡 완성을 위한 피처링이 상업적 의도로 쓰이는 역기능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시간에, 손쉽게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사기 위해 피처링에 의존하는 모습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내실 있는 음악활동을 저해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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