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총, 균, 쇠', '어제까지의 세계'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한 문명이 붕괴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적대적 이웃'에 의한 문명의 붕괴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그린란드에 진출한 노르웨이인들을 예로 들었다.
당시 그린란드에는 이들 정착민 외에 수세기에 걸쳐 자신들만의 사냥과 생존기술로 적응을 끝낸 이누이트족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착민들은 이누이트를 적대적인 이웃으로 간주해, 그들의 생존법을 배우고 따르는 것을 거부했다. 오히려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유럽식 복식을 고수하는 등 자충수를 두다, 1350년 결국 몰락했다.
우리 중소기업과 그를 둘러싼 규제개혁의 현실이 이와 다르지 않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중소기업은 국내 산업의 미래를 이끌 총아로 급부상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중소기업 육성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규제개선 체감도는 좀처럼 향상되지 않고 있다.
정부기관과 유관기관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정량화 된, 수치 위주의 규제개혁 조치가 좀처럼 먹히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도 우리가 공무원인데'하는 의식도 여전하다.
어렵게 터전을 가꿔가는 정착민들이 중소기업과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원하는 정부라면, 규제개혁은 반드시 적응해야 할 그린란드의 환경변화와 이누이트들의 생존법이라 할 수 있다.
환경변화에 적응하면 생존하고, 생존하기 위해선 적응해야 하는 단순한 구조다.
그린란드의 노르웨이 정착촌이 붕괴된 지 800년이 지난 지금, 우린 그들이 범한 우(愚)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역시 지금 변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후대에 나쁜 예로 남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는 돌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