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경영혁신-끝]포스트 이건희 시대, 삼성의 미래상을 만든다

2014-04-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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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과정을 살펴보면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최고 경영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마하경영’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여느 때와 같다. 그런데, 전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하고 그 그림에 따라 개편작업을 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계열사들의 사업을 먼저 바꾸면서 전체 그림을 맞춰나가는 ‘보텀-업 방식’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삼성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예측과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삼성그룹 내부에서조차 완성된 그림의 윤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짙은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정답’을 찾기란 사실상 어렵다. 불가능한 정답 찾기에 힘을 소모하기보다는 데 다양한 ‘해답’을 만들어 놓고 상황에 따라 하나씩 꺼내 시도해보는 실천이 더 낫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회장과 삼성그룹 최고 경영진들은 수많은 ‘수직통합’의 지향점을 공란으로 비워두고 사업개편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간 붙이고 떼기의 과정을 진행하면서 발견된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한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적 제휴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레이크사이드CC 인수도 이러한 수직통합 과정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골프장 사업에 참여하기보다는 골프장 운영 경험과 호텔·에버랜드 경영 노하우를 결합해 레저사업의 업그레이드를 도모하고, 이는 다시 삼성종합병원의 의료 시스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삼성물산의 레미안 아파트와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새로운 조합은 전혀 다른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원하는 삼성의 미래상은, 더 이상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없다면, 계열사 간 역량 조합을 통해 세상에 없었던 가치를 창조하는 삼성이 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삼성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변화를 놓고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자녀들에게 사업을 나눠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금융 계열사를 맡고,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차녀인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융복합 사업 전개는 ‘전자만의 삼성’으로 이뤄낼 수 없다. 또한 호텔·건설·중화학만 가지고 나간 이부진 사장의 다른 삼성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삼성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계열사가 ‘삼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여야 더 큰 성공을 추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 이병철 창업주 시대처럼 형제·자매들에게 개별 사업을 맡겨 분가시키기보다는 ‘삼성’이라는 한 지붕 아래에 있는 것이 더 낫다. 삼성에서 분리된 CJ그룹과 신세계그룹, 한솔그룹 등은 말만 ‘범 삼성가’일 뿐, 엄연한 남이 된 상황을 보면 특히 그렇다.

그렇다면 이 회장 이후 삼성의 후계구도는 선대회장 때처럼 ‘분가’, ‘독립’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또한 사업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 경영을 오너 1인이 모두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오너 일가들이 함께 경영을 맡는 ‘집단 경영체제’로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회장 이후의 삼성은 3남매가 함께 경영을 책임지는 형태로 경영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물론, 삼성의 미래는 이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개월여의 해외체류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인 그가 어떤 삼성을 제시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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