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12일 방한한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나 양국관계 개선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애초 예정된 1시간 면담 보다 훌쩍 넘긴 3시간 가량의 접촉을 가졌지만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이렇다할 계기는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1차관은 한일관계 회복의 선결 조건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 국민이 이해할 수준의 조치들을 일본이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한일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하에 역사 수정주의적 언행도 자제하고 위안부 문제 등 미결 과거사 현안에 성의 있게 대응해 한일관계가 회복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면담 내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사이키 차관은 한일 양국이 기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임을 강조하면서 관계 회복 필요성을 거듭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측이 요구한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에 대해 사이키 차관은 "아베 내각은 역사 인식 문제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것은 여러 차례 분명히 얘기했다"는 수준의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회담에서 일본은 거듭 한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일 차관 면담에 앞서 일본 언론이 이날 미ㆍ일 양국 정부가 이달 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막하는 핵안보 정상회의에 맞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개최를 모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지만 이 같운 논의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와 태도 변화가 없으면 양자든 다자든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 당국자는 "어떤 형태의 정상 회동 또는 회담도 일본 정부나 일본 지도층의 역사인식에 대한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조 1차관도 이날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정상회담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성과 있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우리 대통령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그런 믿음이 설 때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는 "여러 번 얘기해서 반복할 필요가 없다"면서 "올바른 역사인식이 양국관계의 기초"라고 정상회담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사이키 차관은 당초 조 1차관과 만찬을 함께한 후 다음날인 13일 낮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자국 내 사정'을 이유로 회담 전에 우리 측에 양해를 구한 뒤 이날 저녁 곧바로 일본으로 돌아갔다.